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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장비 보호를 위하여 방수시에는 펌프 회전수를 3000rpm 이하로 할 것’.

경찰의 물대포(살수차) 내부에 붙어 있던 한 장의 스티커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 스티커는 경찰에 실망감을 주는 몇 가지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서울경찰청의 물대포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에는 지난해 11월14일 민주노총 등이 주관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칠순의 농민 백남기씨에게 조준해 쏘았던 ‘광주 10호’와 동일한 모델의 물대포가 등장했다. 문제의 스티커는 이 물대포 안에 붙어 있었다. 물대포 압력을 3000rpm 넘게 조절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유는 장비 보호를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백씨가 물대포에 맞고 쓰러지는 영상이 공개되자 경찰은 “물대포 최고 압력은 3000rpm, 최대 살수거리는 60m”라고 밝혔다. 물대포를 강하게 쏘고 싶어도 기술적으로 3000rpm를 넘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부주의하게도 경찰은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은 채 이번에 시연회를 열었고, 결국 경찰의 지난해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물대포 담당 경찰에게는 시위대 부상 방지보다 장비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미필적 고의 상해에 위증죄 추가”, “사람 목숨보다 장비를 챙기는 것 보소. 아니 사람이 아니라 개·돼지인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는 300일이 다 되도록 깨어나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적법했는지 등에 관한 조사나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경찰청장으로 시위 진압 책임자였던 강신명씨는 지난달 23일 2년의 임기를 마치며 장문의 퇴임사를 하면서도 백씨나 백씨 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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