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학생들이 학교와 싸워 이겼다. 지난주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단연 화제다. 그러나 고졸 직장인을 위한 평생교육은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한 누리꾼은 “성인들의 계속교육을 지원하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며, 대학의 담장을 허물어 지식을 개방하고자 하는 이 개념이 정부의 정책논리, 대학의 돈의 논리와 맞물려 이렇게 더렵혀진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얼떨떨하다”고 표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대학 측의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 추진에 반발하는 이대생들이 본부 점거 농성을 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농성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특히 캠퍼스에 1600여명의 경찰이 투입돼 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은 대부분 학생들 편이었다. 그동안 대학 내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학생들은 늘 소외됐고 농성이나 삭발, 단식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학벌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며 이대생들의 농성을 폄훼하기도 했다. 성적 낮은 학생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전문대 수준인 평단에 이화여대 마크가 찍힌 학사 학위를 주는 것은 학교 이미지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정부와 대학당국을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교육부가 당초 설립 목표로 설정했던 대학 수가 부족하자 무리하게 추가 선정에 나섰고, 이대가 정부 지원금을 받을 욕심에 ‘학위 장사’를 하려다 망신을 당한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는 온라인에 이렇게 적었다. “모두가 학벌을 갈망하니까 시혜적으로 학벌을 부여해주겠다는 발상은 대책도 대안도 아니다. 요컨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교육의 루트가 극도로 획일적인 것, 이게 진짜 문제다. 선망받는 직업 몇 개만 사회적 존경, 부와 명예를 철저히 독점하고 나머지 직업들은 전부 그들의 ‘시다바리’로 전락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이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지난 칼럼===== > 지금 SNS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찰 물대포 (0) | 2016.09.05 |
---|---|
부적격 장관 후보자 (0) | 2016.08.29 |
김영란법 (0) | 2016.08.01 |
레슬리 존스와 김자연 (0) | 2016.07.25 |
포켓몬 고 (0) | 2016.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