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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 전 수원대 법대학장·공법학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소란스러운 점은 있었으나 그런 대로 마무리된 것 같다. 무슨 시험 점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당선 위주’의 공천을 하다 보니 잡음이 없을 수 없다고 본다. 게다가 공천심사위원회가 면접까지 하면서 여러 모로 ‘적격자’를 공천하려 애를 쓴 것 같다. 서류상의 이력과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공천 신청자의 세계관 내지 가치관 및 국가·국민관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경제개혁을 할 인물이 없다시피 하다는 비판에 동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공천에서는 과거 노골적으로 돈이 오고가던 행태는 보이지 않은 것 같아 정치가 깨끗해지고, 진일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사람됨’을 내세우면서 각종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여러 가지의 연(緣)에 의해 그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선택의 척도는 첫째, 학벌·경륜·지역에서 봉사한 업적과 도덕성, 둘째, 지연·혈연·학연 등이 중심이 될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첫째가 ‘선출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둘째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위의 두 가지 척도 중 첫째 요소가 선택의 잣대로 더 중시되고 개혁의지의 유무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4·11 총선 선거대책위 출범식 I 출처:경향DB
어떤 국가관·가치관을 가진 인물인가와 상관없이 ‘지역주의’가 발호하면 국가정책 수행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다수결제도’의 횡포를 보아왔고,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수없이 목격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다짐하고, 우리 사회의 ‘제반 모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소득은 높은 나라에 속하지만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30위를 벗어나고 있다. 발표되는 각종 통계수치는 국부에 비해 삶의 질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국가임을 보여준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헌법 제10조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입법 내지 법 개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데 참작해야 할 사항을 제시해 본다. 첫째, 개혁적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유심히 봐야 한다. 부의 편중을 시정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개혁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부자·고소득자들에 대한 증세와 탈세 방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생정책의 강화 △변칙 상속의 방지 △독과점기업의 가격 통제 △금융기관들의 우월적 지위의 남용 방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부를 축적한 자들이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정책 의지가 있는가 등이다.
복지정책엔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복지 포퓰리즘’만 되뇌는 것은 너무 소극적 자세다. 조세정의가 실현되도록 조세제도를 바꿔 탈세를 방지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조세제도가 강화되면 기업·부자·고소득자 등이 정치자금을 지원하겠는가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이의 대안으로는 정치자금의 국가 부담을 늘리고 철저히 사후 감사를 하면 된다. 정치인이 재벌들로부터 자유로워야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입법·정책 수행이 가능하다.
둘째,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국가입법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물론 지역발전을 위한 국회의원의 노력이 종합·승화돼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극화의 해소, 복지정책의 강화는 국가적 과업이다. 국회의원이 지역발전 예산 따내기에 주력하다 보니 오늘날의 상황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일꾼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제반 모순을 시정할 수 있는 인물을 당선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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