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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여성·노인 폄훼 발언을 겨냥해 총공세를 펼치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어제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냐. 우리 교육을 송두리째 마비시켜 버릴 작정이냐”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이명박 정권 4년은 민생대란과 공포정치의 4년이었다.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후보의 발언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했다.


불법사찰 피해자들이 정부의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우리는 김용민 후보의 발언이 반성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으로 판단하고 그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후보 발언을 비판하는 것과, 선거 막판에 이를 빌미로 삼아 다른 핵심 쟁점을 가리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새누리당은 선거 초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겨냥해 색깔론을 제기하더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 폭로되자 ‘노무현 정부도 불법사찰을 했다’고 맞섰다. 경찰이 이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자 이번에는 김 후보 발언을 문제삼아 사찰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소악(小惡)’을 부각시킨다고 ‘거악(巨惡)’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선거기간 내내 새누리당이 ‘미래세력’이라고 자임했다. 엊그제 유세에서도 “과거에 사로잡혀 주저앉을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 이것을 선택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선 “야당이 연일 사찰 폭로전을 벌이며 저와 새누리당 후보를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8년 전 야당 후보 한 사람이 성인용 인터넷방송에서 한 말을 선거쟁점화하면서, 이태 전까지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불법사찰에 대한 비판은 ‘폭로전’으로 치부하는 게 과연 미래세력다운 자세인지 묻고 싶다.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우리는 김용민 후보를 옹호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정권이 시민을 도청하고 미행하고 감시하고 그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자에게 거액의 현금 다발을 건넨 것은 김 후보 사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문제라고 본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민간인 불법사찰·은폐조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 나아가 대선 승리를 통한 재집권을 꿈꾸고 있다면 불법사찰 문제부터 직시하고 자성해야 한다. 남은 이틀의 선거기간에도 치졸한 물타기 시도로 일관한다면 시민이 표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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