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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제발 허락해 달라며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애아 어머니의 사진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가운데는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범죄율이 상승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니 여간 씁쓰레하지가 않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당신의 자녀가 장애아동이어도 학교 설립을 반대할 것인가?’와 둘째, ‘장애 발생은 특정인에게 국한된 것으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장애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알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세상의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 또는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선천성 장애는 10~15%에 불과하고,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재해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는 무려 85~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인간은 누구나 장애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평생 장애를 입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 현재 내 가족 중 장애인이 없다 해서 장애인의 문제를 결코 강 건너 불로 여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는 그런 사회라면,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중요한 건, 장애인의 불편과 고통을 장애를 가지지 않은 쪽에서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며 도와주는 것이다.

<배연일 | 경안신학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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