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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아이를 기르는 게 엄마만의 부담으로 되어 있는데,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또 “아빠 육아휴직도 있지만 근원적으로 연장 노동을 포함해서 주 52시간 근무를 확립하고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게 해야 한다.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즉 자녀를 돌보는 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째, 부모가 자녀를 돌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장시간 근로환경에서 부모의 돌봄시간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연구를 위해 만났던 한 남성은 자신을 ‘72시간 아빠’라고 소개하였다. 평일에는 72시간 만에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녀를 돌보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또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한 여성들 중 복직 1년 후 동일직장 고용유지율은 56.6%밖에 안된다는 현실도 복직 이후 직장생활과 자녀돌봄의 양립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유연근무제도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우리나라 돌봄 환경에서 또 다른 문제는 보육서비스의 이용만으로는 자녀돌봄이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5년 기준 어린이집 이용아동은 취업모 자녀가 36.6%, 미취업모 자녀가 58.4%인 통계(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도 취업모는 보육서비스 외 다양한 보육방식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부모들은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이 긴 편이어서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모들은 어린이집 외 다른 다양한 보육방식을 찾게 된다.

셋째, 보육서비스는 해당 연령기에 필요한 아동성장과 건강한 양육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서비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보육서비스에서 장시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정한 시간의 보육서비스를 이용하고 집 가까운 곳에서 돌봄을 받으며 지내는 방식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놀이 겸 보호를 받으면서 지내는 방식도 필요하고,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는 자신의 집에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이처럼 지역사회 내 다양한 돌봄 환경이 구성되면 퇴근 후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아이들도 집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부모를 기다릴 수 있다. 또한 보육시설에만 집중되어 있는 수요도 조정할 수 있고, 수요자의 이용편의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이 두 가지 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집 가까운 곳에 공동육아나눔터를 확충하기 위하여 47개 지역을 추가해 전국 66개에서 113개로 확대했고, 관련 예산도 17억원에서 30억원으로 증액했다. 또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을 방문하여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 돌봄서비스 이용시간을 기존의 연 480시간에서 연 600시간으로 확대했다.

출발점에 서서 이야기하자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돌봄체계가 구축되면, 그 속에서 가족도 만들 수 있고, 돌봄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남녀 간 역할분담도 변화할 수 있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돌봄 환경이 바뀌면 돌봄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자녀를 돌보는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정부와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협업이 가능해진다.

<홍승아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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