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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있다. 실존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잘나가는 잡지의 편집장이었다. 어느 날 장 보비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이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만 ‘감금증후군’으로 온몸이 마비된다. 뚜렷한 의식과 상반되는 신체에 갇혀 장 보비는 좌절한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왼쪽 눈을 수십만번이나 깜빡이며 의사전달을 함으로써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의지만 있으면 장애는 누구나 극복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의지를 가지고도 그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장애인들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내 등록장애인은 250만명 수준이다.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를 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3%, 고용률은 36%다. 국내에 장애인고용의무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장애인고용지원제도와 장애인 직업훈련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가 되었으니 장애인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인식과 인프라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보 부족으로 장애인 고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는 구직자들을 보면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느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제11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참가자들로 취업관이 붐비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러한 편견에 맞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자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올해로 31번째를 맞는다. 오는 15일부터 4일간 충남 천안시에서 개최될 예정인 이 행사에 전국 17개 시·도에서 뽑힌 382명의 선수들이 36개 직종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사실 우리나라 장애인 기능인력들의 실력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6번이나 종합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이러한 실력을 알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아들에게 건네는 “앞으로 많은 나비를 만나라”는 대사로 마무리된다. 우리나라 장애인 구직자들도 장애로 인해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상하기를 꿈꿔본다.


박승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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