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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제2의 세월호 사고를 막기 위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고 영세 노선에 공영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골자다. 안전투자가 소홀한 노선은 정부가 직접 선사 운영에 참여해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신규 선사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안전검사 대행을 해외 선박검사기관에 개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마침표가 되도록 안전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해수부다. 해운조합이 맡고 있는 운항관리자와 해경의 연안여객선 관리 업무가 정부로 이관되는 데다 공영제 도입도 조직 확대와 맞물려 있다. 세월호 이후 해체 위기를 맞은 해수부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부의 지도·감독 강화 방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과징금을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려 슬그머니 민간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 흔한 안전관리 예산마저 대책에서 빠진 것은 정부 의지의 문제이자 직무유기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연안여객선 안전혁신 대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참사의 교훈에 비해 이렇다 할 눈에 띄는 대책도 없다. 그나마 새롭다는 공영제마저 따지고 보면 한낱 수사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는 지금도 영세한 26개 연안 항로에 연간 11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공영제로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해양안전의날 지정, 연안여객선 현대화 5개년 계획, 항해안전기록장치 의무화 같은 내용은 매년 되풀이돼온 정부 대책의 단골메뉴다. 그나마 선장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며 제복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실소에 가깝다. 승객을 팽개치고 도망간 이준석 선장이 제복이 없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차 지적했듯 세월호 사고는 선사의 탈·불법 행위, 조합의 부실한 운항관리, 정부의 지도·감독 소홀이 빚은 합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이런 총체적 부실을 바로잡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민관 유착의 연결고리인 ‘해피아’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나 개선안이 빠진 것은 유감이다. 정부의 지도·감독 기능을 무력화하는 부패 고리를 차단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돈에 눈이 먼 민간 사업자의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안전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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