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진영이 며칠째 ‘무소속 대통령론’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흘 전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하자, 안 후보가 “할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불붙은 논쟁이다. 야권후보의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공방전이 격화하고 있으니 보기 민망하다. 정치 혁신을 공통분모 삼아 단일화를 모색하겠다는 야권의 모습은 아니다.
먼저 공세를 시작한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당 우위론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정치란 누가, 누구와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겨루는 기술이다. 그것은 어떤 초인이 어느 날 아침 선언하는 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 민주주의의 역사도 정당정치의 역량이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후보가 밝힌 대로 “민주당만이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안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포함한 3자 구도에서 지지율 꼴찌에 불과하다. 그런 정당이 그들에게 부여된 정치 혁신이라는 과제를 외면하면서 무소속 대통령은 안된다고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으로선 그들 스스로 무소속 대통령론의 빌미를 준 게 아닌지 겸허하게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DJ묘역에 나란히 놓인 문재인, 안철수 조화 (출처: 경향DB)
안 후보 측도 자신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초 ‘(무소속 대통령도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던 안 후보는 어제 한 대학 강연에서 민주당 스스로 쇄신부터 하지 않고 정당후보론을 내세우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실제 정당정치가 정착된 나라에서 무소속 인사가 실질적 최고 지도자가 된 예는 없다. 그래도 무소속 대통령론을 펼 요량이라면 국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고칠 것인지, 권력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게 옳다. 사면권 제한 등 ‘낮은 대통령’ 외에는 이렇다 할 정치 혁신 구상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무소속 대통령만 입에 올리는 건 울림을 줄 리 만무하다. 안 후보 측은 일각에서 현행 선거제도에 대한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무슨 정치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현실을 유념해야 한다.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대선은 ‘누가 우리를 잘 먹고, 잘 살게 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국민들은 후보들이 국정을 운영할 경우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청사진 제시에 주력하기보다 ‘너는 안된다’거나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독선적 행보에 몰입하는 것은 정치불신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두 후보 진영은 ‘무소속 대통령’ 논쟁에 매달릴 만큼 한가한지 묻고 싶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향시평]투표하는 청년이 세상을 바꾼다 (0) | 2012.10.15 |
---|---|
[사설]새누리 NLL 국조 요구 적절치 않다 (0) | 2012.10.12 |
[사설]사회보험 개혁 내실 있게 논의할 때다 (1) | 2012.10.10 |
[문화와 세상]뭘 좀 아는 빨간 피터의 고백 (0) | 2012.10.09 |
[사설]송호창 합류, 안철수식 새 정치에 부합하나 (0) | 201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