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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과거 졸업식장에서는 정든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졸업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학교에서의 모든 일들은 추억의 한 페이지에 소중히 간직하고, 새로이 펼쳐지는 세상에서 멋진 삶을 시작해야 한다.

졸업은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우리는 이별 후 좋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애써 다시 찾지 않는다. 반면 나에게 좋은 기억과 추억을 남겨준 사람은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 만약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편지나 다른 방법으로 보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이 교사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졸업 후에도 교사를 찾게 된다. 졸업한 제자들과 지금까지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김 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 교사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성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당연히 학부모님인 줄 알았는데 13년 전 졸업한 6학년 제자였다. 그 반 친구들이 김 교사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졸업한 지 13년이 지난 제자들로부터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정말인가? 이놈들이 정말 날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모임장소에 나가보니 27살이 되어버린 제자들 15명 정도가 나와 있었다. 제자들은 김 교사를 너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선생님을 계속 찾았는데 이제야 겨우 찾았다면서.

김 교사는 제자들이 졸업 후에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고 행복했다. 함께 술도 많이 마셨다. 제자들은 김 교사가 주는 소주잔을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받았으며, 스승에게 한 명씩 와서 두 손으로 소주 한 잔씩을 따라 드렸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제자들과의 기분 좋은 술자리.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자 제자들은 술상을 다 치우더니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며 그 자리에서 큰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연말이라 손님들이 가득 차 있던 상태였다.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죄송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김 교사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김 교사는 그때 처음으로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김 교사는 지금도 제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성지중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출처 : 경향DB)


누군가의 기억에 특별한 의미로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 좋은 감정으로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하물며 그것이 교사와 제자 사이의 관계라면, 그는 어떤 화려한 교육적 성과를 이룬 것보다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엄하게 꾸짖으며, 넘어졌을 때는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 힘이 되어주는 교사, 학생들은 그런 선생님을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이다. 학생에게는 영원한 스승이 되고, 교사에게는 평생의 제자가 되는 사제관계, 그런 아름다운 관계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손형국 |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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