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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놨다. 전시인 양 제목부터 비장하다. ‘40~50대 가장의 마지막 피난처 건설현장 강력단속 -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 발표.’

법무부는 자료에서 “건설업 노동시장에 불법체류자들의 취업이 증가함에 따라 40~50대 국민의 단순노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내국인 건설업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이르러 특별대책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건설업 불법취업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첫 적발 시에도 바로 출국조치하겠다”며 “(소극적) 고용창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고용대란’ 비판이 이어지고 이번 달엔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법무부도 덩달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추방’이라니. 난국을 이방인 탓으로 돌리는 편협한 당국의 인식에서 사회 불안기면 슬며시 고개를 들던 파시즘이 엿보이는 건 망상일까?

불법체류자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따로 있다. 노동시장에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원청부터 하청에 재하청을 수차례 거쳐 일용직 노동자까지 철저히 수직구조화한 건설업에서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착취 구조의 말단인 건설 노동자를 조금이라도 값싸게 부리길 원한다. 중국동포가 선호되다가 최근엔 동남아시아 출신 불법체류자가 각광받는다. 한국인 절반값이면 부릴 수 있고,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신분상 약점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외국인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며 아우성이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과 산재·임금체불 문제를 원청에까지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선다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려는 기업이 나올까? 법무부 본연의 임무는 ‘고용창출’보다는 건설현장의 불법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2013~2017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나타난 ‘출입국 사범 처리현황’을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주 출신의 강제퇴거(강제출국)율이 17~20%로 통계 집계 이후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반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오세아니아주 출신은 매년 1% 안팎에 그쳤다. 정부가 법을 어긴 모든 외국인에게 똑같이 ‘강력대응’하지는 않는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봐도 좋을 듯하다.

<정대연 | 사회부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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