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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허옇게 백태가 낀 혀를 앞으로 내밀었다. 할머니가 힘껏 앞으로 쭉 빼내려 해도 흐들머들한 혀는 나오다 말고 입술 사이에 반쯤 걸친 채 늘어져 버렸다. 혀를 더 길게 빼보라는 할아버지 성화에 할머니는 침을 한 번 꼴깍 넘기고, 다시 혀를 빼내 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나이 들어 혀도 오그라든다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뭔가 조심스럽게 꺼내 할머니 혀에 살짝 올려놓았다. 할머니는 곧장 혀를 집어넣어 그것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나는 할머니 혓바닥에 놓인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봤다. 그것은 청개구리였다. 햇빛에 드러나는 찰나 초록 등이 누런 황금 빛깔로 빛나던 청개구리. 할아버지는 청개구리가 할머니 고질병인 두통을 낫게 할 특효약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청개구리만 보면 자꾸 할머니의 혀가 떠올랐다.
아이 둘이 아파트 단지의 꽃밭 앞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궁금해서 다가가 넘겨다보니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청개구리였다. 아이들은 단박에 그게 청개구리인지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청개구리가 팔짝팔짝 뛰어가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아이 하나는 청개구리가 뜨거운 시멘트 바닥을 뛰어다니다가 발을 데면 어쩌냐고 걱정했고, 또 다른 아이는 덩치 큰 어른들한테 밟힐까 봐 걱정했다. 걱정 많은 아이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저러고 한참 놀겠구나 하면서 가게에 다녀오다 보니 청개구리를 보던 아이들이 꽃밭 한쪽에 있는 바위 위에 쌓아놓은 돌무더기에 돌을 얹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행여 아이들이 잘못해서 청개구리가 죽었나 싶어 물어보니 아니었다. 청개구리는 제 갈 길을 갔고, 아이들은 청개구리가 무사하길 빌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돌무더기는 아이들의 소원 탑이었다. 아이 하나가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청개구리가 오래 잘 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그리고 우리 가족도 건강하게 해달라고도 했어요!”
다른 아이는 좋은 남자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아이들의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웃을 수 없었다. 이제 나는 청개구리를 보면 아홉 살짜리 두 아이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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