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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은 ‘경술년 국치일’이다. 올해 108주년이다. 1910년 8월29일 제국주의 일본은 강제적인 병합조약을 통해 국권을 강탈했다. 실질적인 식민통치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일제는 내각총리를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초대 조선통감으로 임용했다. 얼마 후 그는 하얼빈 기차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일제강점기 동안 모두 9명의 조선총독이 있었다. 그 가운데 데라우치는 무단통치를, 미나미 지로는 무자비한 공출과 황국신민화를 추진했다. 또 도조 히데키는 우리나라를 중국,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전진기지로 삼았다. 악명 높은 대표적인 총독들이다.

1945년 8월15일 마침내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했다. 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조부인 아베 노부유키가 당시 마지막 조선 총독이었다.

한국과 아베 일가와의 악연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60년 기시 노부스케 당시 총리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 침략을 목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관련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가 바로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다.

일본 우경화에 앞장서며 무장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아베 신조 총리, 그의 조부와 외조부에 이르기까지 우리와는 질긴 악연이다.

수세기 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일본. 지금도 여전히 계속된다. 아베 신조는 2013년 총리 취임 이후 우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 강점기 당시 저지른 일본군 강제 위안부는 물론 강제적인 징용, 수많은 인권 말살의 사례 등을 부인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기존의 무라야마 총리 등이 밝힌 사죄 담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담화 내용까지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 사실로 엄연히 우리의 영토인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한국이 불법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방위체제를 강화한다는 미명 아래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다. 집단적 자위권을 빌미 삼아 우리나라 분쟁에 개입할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치일을 맞아 새삼스럽게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만을 믿고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편으론 우리 내부적으로 국민 모두의 협력과 화합을 이룩해야 한다. 광복과 해방의 기쁨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라를 잃은 국치일도 광복 못지않게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한정규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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