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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전남 곡성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으나, 홍보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안타깝게도 순직했다. 그러나 순직 공무원의 아내와 여섯 살 아들이 받는 연금은 월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 2013년 경남 김해의 폐타이어 파쇄공장에서 화재 진압 중 숨진 30대 소방관의 가족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은 115만원이다. 이들이 공무원이 아닌 일반근로자 신분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았다면 각각 218만원, 20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됐을 것이다.

공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여 공무원과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연금법과는 별도로 공무원재해보상법을 마련해 제도의 목적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 일본의 순직 유족 연금은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고, 유족의 수가 많을수록 연금 수령액도 증가한다. 소방과 경찰 등 위험직무 종사자에게는 추가적으로 보상하는 다양한 우대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무원 재해보상제도는 민간의 산재보험과 비교해도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인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와 연금제도가 1960년 ‘공무원연금법’ 제정 이후 단일 법률로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연금은 장기간 공직에 근무하고 퇴직한 공무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재원을 정부와 공무원이 반반씩 분담한다. 그러나 재해보상은 공무수행 중 입은 재해에 대해 공무원과 가족(유족)의 생활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사용자인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급여를 전부 부담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제도가 하나의 법률로 통합돼 운영되다보니 정작 중요한 재해보상은 뒷전으로 밀렸다.

2015년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료해 향후 70년간 약 497조원의 국민 부담을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다음 과제는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의 개선이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재해보상제도를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해 별도의 공무원재해보상법을 제정하기 위해 현재 입법예고를 추진 중이다.

공무원재해보상법의 제정 목적은 공무상 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제대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위험직무 순직의 인정범위를 확대해 ‘말벌집 제거 도중 말벌에게 쏘여 순직한 소방관’ 같은 경우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순직 공무원의 유족에 대한 보상 또한 ‘공무원’에서 ‘유족’ 중심으로 바꾸고 보상 수준도 산재보험 수준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재직기간에 따라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여서 위험현장 근무가 잦아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단기 재직자에게 불리하다. 앞으로는 재직기간의 차별을 없애 재직기간이 짧은 공무원의 유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며, 산재보험이나 선진국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유족 수에 따라 연금액이 증가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경우, 남은 가족들이 호화롭게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생활할 정도로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도리다. 이번 공무원 재해보상제도 개선을 통해 공무원은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며, 위험 현장에 노출돼 있는 일선 소방관과 경찰관은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김동극 |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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