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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어제 오전 6시28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열차 2번째칸 아래 단류기함에서 화재가 발생해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서울메트로는 화재 초기 승객들에게 대피하라는 내용 없이 “차량 이상으로 정차했으니 열차 내에서 대기하라”고 3차례 안내방송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선실에서 기다리라”고 안내방송을 한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빚어진 것을 연상케 했다.

객차 앞쪽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창문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직접 비상 코크 레버를 돌려 열차 문을 열고 자력으로 대피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화재 초기 기관사가 차장에게 ‘열차 내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지시했으나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대피 안내방송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는 열차 앞쪽 승객들이 이미 자력으로 대피한 뒤였다. 차량 뒤쪽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연기를 보지 못해 대피가 늦었다. 화재가 난 때가 휴일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승객이 많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승객을 콩나물시루처럼 태운 출퇴근 시간대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2일 오전 6시28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2번째 칸 밑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왼쪽 사진).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가 나자 승객들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믿지 않고 자력으로 대피했다는 것은 시민들이 더 이상 공공안전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신뢰 결여는 공공안전 시스템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믿음을 강화하고 이는 다시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현상이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이용객은 하루 평균 500만명에 육박하지만 툭하면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해 언제 대형사고로 이어질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직장인들이 목숨을 걸며 ‘사고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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