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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7월11일은 인구의 날이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였다. 전문가들은 낮은 출산율이 우리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염려한다. 인구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부는 1960년대 초부터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강력하게 펼쳤다. ‘둘도 많아,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말해 주듯, 당시 매년 대구시만큼의 인구(60여만명)가 늘어나 인구폭발이라고 할 정도였다.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가 되는 합계출산율 2.1명은 1980년대 중반에 도달했다. 이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산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작성하여 2006년부터 시행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후 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일자리 창출, 보육·교육비 지원, 육아휴직 활성화 등 결혼과 양육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노동, 경제, 사회적 여건 마련에 역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작년까지 10여년간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생아 출생은 지난 10년간 계속 줄었다. 2001년 55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2005년 44만5000명으로 줄었다. 이후 2016년까지 연 40만명대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금년에는 35만명선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소’를 국정 우선 3대 과제로 선정했다. 그만큼 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위협요소이다. 저출산은 먼 미래의 후세대가 겪을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나와 내 자녀들에게 닥쳐올 문제이다. 금년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원년이다. 근로자 수가 줄면 경제,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국민건강보험만 하더라도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 수는 줄어드는데 노령화에 따라 지출은 늘어 적자가 날 것이 뻔하다. 또한 출생아 수가 줄면 분유, 기저귀 등 출산 및 양육과 관련되는 산업이 위축될 것이고 어린이집,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출산은 내수시장 위축을 초래하고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와 같이 초저출산을 경험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11개국이다. 그런데 우리만 유일하게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15년간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왜 우리는 실패하고 있는가. 그것은 가정과 직장에서의 배려문화,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본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칼퇴근을 장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동료들과 상사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할 수 있는 근로자는 몇이나 될까? 육아휴직, 유연근무제만 해도 동료가 휴직에 들어갈 때 흔쾌히 받아들이는 문화인가.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 등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의식은 형성되어 있는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양성평등과 일·가정 양립 문화가 우리나라에는 정착되지 않았다. 국민의 인식이 제도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에서의 부부 역할 재정립,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기업문화 등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 기업 대표는 근로자들이 자녀 출산과 양육 친화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방송과 언론은 양성평등 문화가 전 사회에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계, 언론계는 물론 학계, 종교계를 포함해 각계각층이 저출산 극복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우리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가 한마음이 돼 극복한 사례를 역사에서 본다. 왜군에 맞서 싸운 조선말의 의병활동, 동학혁명, 한말의 국채보상운동, 1998년 외환위기 시 금모으기 운동은 세계에서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다. 가깝게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독주하는 정권을 촛불혁명으로 무너트린 바 있다. 저출산 문제도 국민의 참여가 동반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신언항 | 인구보건복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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