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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전체 질환에 대한 보장률이 2016년 기준 6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 수준에 크게 못 미쳐 보장성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문제는 국민들의 민영 실손보험 의존도를 높였고 현재 실손보험은 3000여만명이 가입한 대형 보험시장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매년 오르는 실손보험료로 인한 가계부담과 더불어 실손보험을 이용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라는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입원 및 외래 진료일수는 OECD 평균보다 2배 정도 많은데 이는 일정부문 민영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진료 또는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의료 이용에도 원인이 있다. 실제로 민영보험 가입자 1인당 연평균 건강보험 지출액은 비가입자에 비해 5만7200원이 더 높아 이를 전체 가입자로 합산하면 2014년 기준 5790억원의 추가 지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편 민영보험사는 가입자들의 과잉의료 이용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연 20%에 가까운 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보전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가입자들의 과잉의료 이용으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연계하여 ‘민영실손보험 등 공·사 보험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영실손보험에 대한 개선방안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의료기관이 문제라고 하고 일각에서는 보험사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일방의 문제만은 아니다. 보험사·의료기관·소비자 간 적정 진료, 적정 부담이라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민영실손보험의 비급여를 양산하는 상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이루어지면 민간 보험사의 반사이익이 늘어나므로 민간 보험료의 인하가 있었야 하나 실제로는 보험료가 매년 20% 가까이 인상되는 등 정책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과다 이용하는 일부 가입자들의 탓도 있지만 보험사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지나치게 넓은 보장범위의 상품을 개발하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불완전판매, 자체적인 보험금 심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의 책임도 함께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손 가입자의 비급여 진료비중이 비가입자보다 2배 높다는 자료도 있으므로, 앞으로의 신규 상품은 보장범위를 조정하고 본인부담률을 높이면서 보험료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민영보험의 보장범위를 축소시켜 공적 건강보험만으로도 건강권 확보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체 의료비 관점에서 비급여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어떤 비급여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알 수 있는 종합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 이는 국민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적정진료 보장, 민영보험사의 적정 수익률 보장의 공통 수단은 비급여 관리이다. 이를 위해 민영보험사에서 가지고 있는 비급여 진료정보를 정부의 진료비 모니터링 체계에 연계·반영하여 ‘국가 의료비 모니터링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목적의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급여진료 적정 사용에 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의료기관마다 들쑥날쑥한 비급여 진료 종류와 수가를 표준화하여 객관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사보험 체계에서는 총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 공·사보험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비급여 관리체계의 개선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성패에 중요한 열쇠이다.
서영준 |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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