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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도로 위 구멍을 ‘싱크홀(sink hole)’로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싱크홀이란 본래 석회암이 물을 만나 녹으면서 구멍이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서울시내에는 그런 석회암 지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도로 위에 생기는 구멍은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혹은 지반침하)’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용어의 차이가 시민을 불안케 하는 본질 문제는 아니다. 외려 싱크홀보다 도로함몰(지반침하)이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싱크홀이 그저 자연에 의한 현상일 뿐이지만 최근 서울시내의 도로함몰(지반침하)은 주로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20일 발생한 용산역 싱크홀은 불완전한 차수벽 때문에 지하수와 토사가 유출되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촌역, 코엑스 사거리, 삼성중앙역, 중계동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은 어떤가. 주로 지하에 매설된 낡은 하수관과 지하철 공사와 같은 지반 굴착공사 때문이었다.

    낡은 하수관의 경우 틈새로 샌 물이 하수관 주변의 흙을 쓸고 지나면서 땅속의 구멍이 생긴다. 서울시내 하수관(전체 1만392㎞·2013년)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절반에 가까운 5023㎞에 이른다. 여기에 지하철 건설이나 건물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하수관을 건드리거나, 지하수가 유출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 도로가 내려 앉으면서 대형 차량이 전복돼 있다. (출처 : 경향DB)



    지난 13년 동안 지하철 주변의 지하수위가 평균 1.7m 낮아졌고, 최근 1~2년 사이 서울 지하수위의 높낮이도 요동치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걱정을 결코 과장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용산역 근처 정류장에서 길을 가던 행인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영상의 모습이 생생하다. 또 많지 않은 봄비에도 무더기로 싱크홀이 생겼는데 여름 장마철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우선 노후하수관 교체를 위한 예산 투입에 힘을 모아야겠다. 또 환경영향평가처럼 지하수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야겠다. 모든 지하공간의 3차원 지도 구축 등의 근본대책도 구체화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공사장에 대한 철저한 현장 지도관리가 시급하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폐습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지금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춘추시대 ‘기우(杞憂)’의 고사를 떠올릴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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