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형 병영사고가 터질 때마다 군 안팎에서 논의되는 병영문화 혁신안은 주로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국방부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혁신위) 등이 중점을 둔 부분도 보호관심 병사 관리, 병 계급체계 개선, 격·오지 근무 인센티브 부여, 장병 고립감 해소 대책 등 병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대책은 유명무실하거나 관심권에서 비켜나 있었다.

어제 경향신문이 보도한 육군본부 집단심층면접 결과는 병사보다 간부가 병영문화 혁신의 주된 대상이 돼야 함을 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이 공개한 ‘병영문화혁신 추진과제 시행계획에 대한 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역 병사들과 최근 전역자들이 병영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것은 ‘간부의 무관심과 관리 부재’였다. 전·현직 병사들뿐 아니라 입영 예정자와 현역 병사 부친들도 혁신위가 검토 중이던 38개 해결책 중 ‘부적격 간부 조기 퇴출 강화’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12일 인천 부평구 육군 제17보병사단에서 열린 신병교육 수료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군복을 입고 줄지어 서 있는 신병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아무리 병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소원수리 제도 운영 실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대 ‘마음의 편지(군내 소원수리)’는 중대장·인사과장이 거르고, 사단 감찰 때는 대대장이 나서서 ‘적지 말라’고 당부한다는 것이다. 군내 심리검사에서 관심 병사로 나오면 ‘비정상으로 나왔으니까 정상으로 나오게 하라’는 식이라고도 한다. 30여년 전 부모 세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부조리한 환경에서 자식 세대가 군대생활을 한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군의 부조리와 비리, 인권침해, 폭력 등 전근대적 병영문화는 지휘관과 간부의 책임이 크다. 장병만이 아니라 지휘관과 간부의 인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정 병영문화를 혁신하려면 관심 병사 못지않게 ‘관심 간부’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