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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회의 8강 진출팀을 정확히 예측한 사실이 놀라움과 함께 인구에 회자됐다. 구글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월드컵 16강 경기를 전망했고, 그 예측이 100% 맞았다는 것이다. ‘작두 타는 구글’의 신통력은 4강 진출팀 예측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네덜란드와 함께 독일이 아닌 프랑스를 지목해 아쉬웠으나, 빅데이터 분석의 소름끼치는 위력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구글의 경기 예측은 스포츠 통계 전문기업이 축적한 국가별 리그 경기와 A매치 결과 등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구글은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선언처럼 들린다. 대서양 연안의 독감 확산을 미국 질병통제센터보다 2주나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했던 구글이기에 더 그렇다. 구글이 뭔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이 그들의 선도적 경쟁력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그들과 같은 ‘무기’가 있느냐는 사실이다.

최근 유엔은 전자정부 평가에서 대한민국이 3회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전 세계 200여개국을 대상으로 격년으로 진행하는 이 평가에서 2010년, 2012년에 이어 2014년에도 금메달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세계 최고임을 만방에 떨친 쾌거다. 이렇듯 한국 전자정부는 늘 시대를 앞서가는 선제적 비전에 의해 정책을 추진해왔다. 행정의 내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제1기, 대국민 온라인 행정서비스에 집중한 제2기를 거쳐, 3기는 스마트 시대에 맞추어 국민 맞춤형 서비스와 데이터 개방을 통한 ‘개방형 전자정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07년도에 한국에서 2주간의 전자정부 교육 연수를 마친 과테말라 공무원들의 기념사진 (출처 : 경향DB)

이제 한국의 전자정부와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 가운데 과연 무엇이 더 세상을 위한 것인지 비교해보자.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한국형 전자정부가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한 서비스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해 말 중미의 에콰도르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로부터 ‘관세행정 혁신대상’을 받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10년 에콰도르에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수출하고, 전문가 파견과 공무원 초청연수를 통해 관세행정 선진화에 도움을 준 덕택이다. 한국 전자통관시스템은 8개국에 수출돼 1억150만달러 상당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한국 전자정부의 수많은 수출 사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전자정부를 알고자 한국을 찾은 장차관 등 외국 공무원들이 지난 1998년 이래 129개국 3759명에 달한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화로 좁아진 세계는 이제 평평해졌다면서, 그 동력으로 윈도, 오픈소싱(open-sourcing), 아웃소싱(out-sourcing), 오프쇼링(offshoring) 등을 들었다. 이 책이 요즘 출간됐다면 프리드먼은 이 요소들에 한국 전자정부를 넣어야만 할 것이다. 월드컵 우승이나 올림픽 금메달은 4년의 훈련으로 이룰 수 없다. 어제의 노력이 오늘을 만들고 오늘이 내일을 결정하듯, 후손들에게 명품 전자정부를 물려주기 위해 정부3.0도 오늘부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제 또 시작이다.


장광수 |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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