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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월23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돼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조 교육감이 지난해 5월25일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트위터 글을 근거로 선거 당시 상대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 해명을 요구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 기소 이유다. 보수단체들은 조 교육감이 허위사실을 공표했기 때문에 조 교육감을 고발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당시 경찰은 ‘혐의 없음’ 의견으로 조 교육감과 관련한 서류를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조 교육감을 전격 기소했다. 말하자면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으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후보자 자격 검증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조 교육감은 유감스럽게도, 향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이 확정된다면, 교육감직에서 중도하차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는 분명 진보 교육감을 옥죄려는 정치적 기소라는 논란의 와중에 재판이 열렸다는 점에서, 검찰의 조 교육감 기소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선거 기간 중에 벌어진 후보 검증 공방 내용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단죄하겠다는 검찰의 기소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처벌을 면한 것에 반해, 동일한 이유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1년 실형을 복역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조희연 후보에게 통합진보당과의 연루설,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제시된 소명자료 등에 의해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이를 벌할 수 없다.

선거 기간 중 후보자 사이에 중요한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면, 지금까지 행해졌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각종 지방선거에서 제기했던 수많은 의혹들 중 상당수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될 수 있다.

무릇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은 기본 상식에 속한다.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 말할 자유, 묵비권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모두 망라하는 넓은 권리다. 어느 누구라도 마음 한가운데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여기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제30조 마지막 조항은 “어떤 국가, 집단, 개인도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파괴할 목적의 활동에 종사하거나 또한 그와 같은 행위를 행할 어떠한 권리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중앙지법 법정을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검찰은 진보 교육감의 표적수사가 아니라면, 선거 중에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진행한 해명 요구 등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선거 중에 최소한의 의혹 제기는 후보 검증을 위해 필수적인 의견 표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다시 말해 선거 중의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다양한 선거활동 가운데 본질적인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또 어느 누구라도 위축받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100%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허용함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 시민의 양식이 그런 부작용을 걸러낼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서든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는 것은 시민들의 건전한 양식으로 조절되어야 한다. 1심 판결문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판결문을 읽고 싶다.


양해림 | 민교협 공동의장·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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