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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10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 ‘동물도살금지법 지지’ 등 두 가지 청원에 답변했다. 우선 청와대는 현행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측면도 있어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말해 개가 더는 소득을 위해 사육하는 축산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임의적 도살이 주로 개 식용을 위한 ‘개’의 도살임을 의식한 듯 “점진적으로 추세에 맞춰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6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 찬성 39.7%, 반대 51.5%)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만 하여 큰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청와대의 답변은 번번이 찬반 논쟁에 그쳐온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종식’으로 국가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새로 임명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개 식용 종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한 것도 분명히 변화된 태도다.

하지만 청와대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대책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겨우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개식용금지법 제정 반대 의견(51.5%)에 궁색하게 기댔다.

개농장에서 소위 ‘식용’으로 키워지는 개를 식탁에 올리기까지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현행 법률 최소 4~5개를 위반하게 된다. 개들은 더럽고 좁은 뜬장에서 평생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고통 속에 살다 임의로 도살된다. 이 세상 어떤 동물에게도 용인될 수 없는 학대가 일상인 곳이 바로 한국의 개농장이다. 개 식용은 잔인하고 노골적인 폭력과 얽혀 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체에 대한 어떠한 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전통시장이나 보신탕집에서 ‘음식쓰레기’를 먹여 키우고 아무데서나 도살한 개의 지육이 무제한 유통 판매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구체적인 개 식용 종식 계획 제시나, 개 식용 산업의 불법성에 대한 척결 의지 표명이 없다보니 “추세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말에 힘이 붙지 않는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개를 축산법에서 확실히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현재 소관 상임위 논의단계에 있다. 1973년 축산법에 개가 등재된 이래 개는 법적으로 축산동물로 남았고, 소위 ‘식용’ 공장식 개농장이 확산돼왔다. 식용 개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개농장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며 개를 음식쓰레기 처리 도구로 여기면서 착취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축산법에서 개가 제외되면 개와 우리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의 패러다임이 전화(轉化)되고 식용 ‘개공장’의 근거가 사라져 개 식용 종식이 본격화될 것이다.

청와대는 “마침 식용 전면 금지를 포함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만큼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도 필요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추가 논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 이어 며칠 전 인도네시아 정부도 과단성 있게 개고기 유통을 막겠다고 세계에 공언했다. 우리는 정부가 “식용 전면 금지를 포함한 필요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약속을 ‘언제 어떻게’ 지킬 것인지 다시 묻고자 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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