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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0일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이자 군통수권자가 쿠데타나 유혈사태 없이 탄핵되었다. 외신들은 이를 대한민국 국민의 의지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긴급 타전했다. 국민의 의지와 민주주의의 승리 과정에서 이제 우리는 왜 이런 사태가 초래되었는지 뒤돌아보면서 반성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개혁할 곳이 아직 많이 있다. 검찰개혁도 그중에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의 무엇이 개혁 대상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검찰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검찰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국민의 인권보장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국민들 눈에는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중요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당한 외부 간섭을 없애야 한다. 즉,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청와대의 하명에 따른 검찰권의 남용이 아닌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권한의 행사, 이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그런데 최근의 검찰개혁과 관련된 논의는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경찰에 독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등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은 공정성과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을 개혁하자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특히 경찰에도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인권보장을 역행하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영장집행의 대상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통제 없이 경찰을 비롯하여 국가정보원, 특별사법경찰관 등이 경쟁적으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이나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다면, 영장집행을 당하는 국민들이 겪을 불편과 고통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지금도 경찰청은 행정자치부 산하기관이기는 하지만, 행자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경찰청장에게 경찰의 인사권과 예산권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경찰 내부에서는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이 명확히 분리·독립되어 있지도 않아 근무평정 및 인사에 관여하는 간부 행정경찰이 언제든지 사법경찰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검사의 권한을 그대로 떼어서 경찰에 주거나, 경찰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은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사법통제를 약화시키자는 주장과 같다. 이는 검찰개혁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방향을 잃은 검찰개혁은 자칫 경찰에 필요 이상의 초과권한을 주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의 경찰에는 영장신청 권한조차 없다. 영·미 경찰도 구속수사 권한이 없고,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는 일본 경찰도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이내 검찰에 보내야 하며, 구속에 대하여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경찰은 구속을 비롯한 각종 강제처분에 대한 영장신청권을 법률상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일의 구속수사 권한도 갖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경찰은 이미 초과권한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경찰의 수사는 우리 전체 국민들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이 맞닿아 있고, 경찰 수사 과정의 오류는 의도했든지,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의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장치인 검사의 수사지휘나 영장심사가 사라지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에 의한 직접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어떻게 국민이 직접 통제를 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경찰에 떼어주는 것은 검찰개혁의 본질이 아니며, 인권보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부디 검찰개혁이 공정성과 인권보장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경식 |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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