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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집행권원(판결)에 표시된 사법상의 이행청구권을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실현하는 법적 절차가 강제집행이고, 이를 책임지는 자가 집행관이다. 법치국가에서 어느 경우이든 판사가 내린 판결내용의 강제적 실현을 담당하는 자가 필요하며 이것이 집행관제도의 정책적 함의이다. 강제집행의 경제적 함의는 이 과정을 통해 법이 최종적으로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권리침해자가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계약불이행이 있는 경우 피해자는 판결절차를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해 집행관에게 집행을 의뢰하면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회생활에서 경제활동과 관련해 발생되는 채권·채무관계는 채무자의 자발적인 채무이행과 채권자의 이의없는 수령으로 법률관계를 소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또는 임의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가 국가(법원)의 공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채권의 내용을 실현하는 것을 요청하게 되고 비로소 강제집행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강제집행제도가 심각한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 다름 아닌 집행관제도의 비효율적인 운영 때문이다. 물론 집행제도의 정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몇 번에 걸친 개선책이 나온 적은 있다. 집달관 비리사건을 계기로 집달관이 집행관으로 이름이 바뀌고 숫자가 크게 느는 한편 경매수수료를 낮추는 등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지만 근본개혁은 뒤따르지 못했다. 현재도 여전히 집행관에 관한 많은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다.
집행절차인 법원경매는 비리의 샘이라는 평가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법원경매는 법원 비리의 단골메뉴이다. 법원의 제도개선이 몇 년에 한 번씩 이어지고 있지만 비리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 왜 집행관들은 이토록 많은 원성을 사는 것일까? 관료주의가 몸에 젖어 있는 탓이다. 관료주의의 적폐를 걷어내지 않고는 신뢰받는 집행서비스의 제공이 불가능하다.
법원 집행관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딱지' (출처: 경향DB)
대부분 고위관료 출신이 임명되는 집행관은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지 않고 채권자의 위임에 의해 취급한 사건에 관해 대법원이 정한 법정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현행 수수료제는 집행관의 임명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이 수수료제는 집행사무의 유쾌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집행관의 욕구를 충족하는 면도 있으나 채무자에 대한 과도한 혹은 가혹한 집행이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수수료가 낮아지면 채권자의 배당몫이 늘어나고 종국에는 채무자의 손해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현행 집행관법에 집행관의 감독을 법원장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관의 감독은 사후적인 감사에 의존하므로 그 사무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 특히 적정한 집행이 이루어지는지 사전에 감독할 방법도 없고, 사건 수임의 감독결제권이 없으므로 수임과정과 수수료 수입의 적법성을 감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수수료의 집행관 직접 수입 계산제를 채용함으로써 더욱 감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집행절차는 복잡하고 강제집행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또한 강제집행 과정에 규제가 심해 경매가격이나 집행관 시장이 자유롭지 못하다. 집행관제도에는 주로 고위직들만 임용되는 등 비합리적인 진입장벽이 존재하는가 하면 공정하지 못한 게임규칙이 상존하고 있다. 이제 강제집행 절차가 확실하게 개선돼야 한다. 집행관제도를 집행법원 내로 편입시키는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법원 내부로 집행관조직이 들어올 경우 엄격한 감독을 통해 각종 불합리와 비리를 해결할 수 있는 훨씬 더 효율적인 집행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법피아를 척결하는 첫걸음이다.
김종호 | 호서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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