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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감사원이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실태’ 감사 중간 진행 상황을 보니 다시금 부아가 치밀고 억장이 무너진다. 특별히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지만 사고 발생 원인과 초동 대응, 재난대응 체계 등 모든 단계마다 비리와 유착, 부실과 태만, 무능과 무책임이 판치는 공직사회의 모습을 재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84일 만에 정부기관 스스로 종합조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가 ‘총체적 관재(官災)’이자 ‘정부 실패’임을 자인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도입부터 증축, 안전점검, 운항관리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한국선급은 허위 시험보고서를 보고 증축을, 인천항만청은 변조된 자료를 받아들여 취항을, 인천해경은 형식적인 심사를 통해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했다. 해운조합은 과적을 확인하지 않고 출항 허가를 내줬다. 세월호는 이미 사고 요인을 곳곳에 안고 있었고, 그런 위험한 운항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정부라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 시간대별 부실대응 (출처: 경향DB)


사고 발생 후 대응에서도 제대로 된 게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고 해서 21분을 흘려보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해상관제 소홀로 초기 구조의 ‘골든타임’ 47분을 허송했다. 서해해경청은 승객 구조와 관련한 판단을 이미 도망친 선장에게 떠밀었다. 해경 본청은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하라”며 안이한 지시를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장 지휘계통 조정 역할보다 언론 브리핑에 매달렸고, 그나마 ‘전원 구조’ 오보 등으로 혼란만 부채질했다. 304명을 세월호 속에서 기다리게 하고 결국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여 엄중 문책하고 정부의 제도개선책 마련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보다는 감사 자체에 더욱 치중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직무감찰이라든가 한국선급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홀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마당이다. 그런 세월호 감사가 ‘감사의 세월호’라느니 대통령 보호를 위한 ‘방탄 감사’니 하는 비판도 있다. 성역 없는 감사를 통해 참사의 진실과 근본적인 문제점을 규명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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