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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됐다. 핵심은 수능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대학에 권고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교육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 실험이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공정성과 신뢰성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중장기 고교교육 혁신 방안이다. 우리의 관심을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미래로 돌릴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제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교육, 개별 학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보다 유연한 교육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교학점제 도입의 구체적 로드맵이다.

고교학점제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공약이다. 지난해 11월에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추진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후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운영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잠재력을 구현하고, 수업·프로젝트 수업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취지는 좋지만 고교 내신 평가 개선, 대입제도와의 연계가 전제되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고교학점제 로드맵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감을 높여준다. 학생의 선택권을 고려한 수능 과목 구조 개편, 진로선택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등의 계획을 담아, 고교학점제를 실행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을 지원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는 한편, 단계적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교육 현장이 변화하고 대응할 시간을 거쳐 2025년에 본격 시행됨을 예고한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유연한 교육제도를 마련하려면 좀 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혁신의 빅 픽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제도를 더욱 유연화하는 것과 함께 교사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의 멘토나 코디네이터로서 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 양성, 임용·연수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교사의 업무 경감과 학교 문화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생의 고교 교육과정 이수 경로와 학습 경험이 대학 입학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대입제도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암기위주 교육,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에 매몰된 학교 현장을 정상화할 기폭제가 될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교체제 개편 정책과 맞물려, 학교 유형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살리는 교육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제영 | 이화여대 교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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