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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자 지면기사-

지난 11월2일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치르도록 하는 고입 동시 실시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을 정상화하고 초·중등교육의 왜곡을 바로잡는 첫 번째 조치로 평가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진정 다양한 교육 목표와 내용을 추구하는 학교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학교 다양화 정책은 학교 서열화 체제를 공고히 했다. 고교 체제 영향을 받는 중학교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들 학교는 독특한 목적을 추구하고자 설립됐으나, 실제 운영은 설립 목적과 한참 동떨어진 게 현실이다. 자사고의 경우 사립학교 고유의 교육 목적과 내용을 지향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자사고의 63%는 국·영·수 교과를 권장 기준 이상으로 편성해 입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20%에 가까운 외고·국제고 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제2외국어가 아닌 외국어 과목으로 수능에 응시한다. 외고 졸업생 절반 이상이 어문계열이 아닌 계열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입시 명문고교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학교는 전체 고교 중 학교 수는 3.6%, 학생 수는 3.9%에 불과하지만, 2017년 서울대 입학생은 자사고 출신이 18.7%, 외고·국제고 출신이 15.7%를 차지했다. 현재와 같은 고교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조만간 고교 평준화 이전의 ‘일류 고등학교’ 체제로의 회귀가 이뤄질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등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초·중학생들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진학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3 학생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일반고 진학 희망 학생의 5배에 달했고,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37.1%가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고입 사교육을 시작한다.

고교 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의 기초 위에서 어느 정도는 전문교육을 추구한다. 따라서 고교 운영의 다양화는 필요하며 바람직하다. 여기서 다양성은 교육 목적과 내용 면에서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일반계 고교보다 앞서 입학 단계에서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고, 선별 효과로 학교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이 진정으로 학교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일반계 고교와 동등한 조건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다양한 재능을 지닌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고입 동시 실시는 고교 체제 전체에 바람직한 변화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반계 고교 진학생의 구성에 변화가 생길 것이며, 일반계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자사고와 외고 등은 이번 기회에 학생 선발 효과가 아니라 학교 설립 목적과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고입 동시 실시는 초·중등교육 변화의 출발점 조치다. 앞으로 정부가 발표한 ‘고교 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 고교학점제 시행, 대학 입학 전형 제도 개편 등 초·중등교육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정책에 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좋은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김용 | 청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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