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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혼란은 시험 내부에도 있었다. 국어와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도 늘어났다. 여기에 일부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한 악재는 영어와 한국사였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쉽게 등급을 맞출 것으로 봤음에도 3등급 이하의 성적이 나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러한 변수는 한국사에서 두드러져 자격고사 정도의 시험에서 4등급 이하를 받아 수시전형 시험 기회를 상실하거나 정시에서 불이익까지 겪을 학생들도 늘었다. 천재지변으로 입시일까지 변경된 수험생들은 시험 자체에서도 여러 가지 지각변동을 체험한 셈이다. 시험 하나에 내재한 많은 내적 변수는 적절히 통제해 단순화시켜야 한다.

우선 영어의 등급 비율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상위 등급 비율이 관심사가 되었다. 올해 6월 모의고사에서 8% 정도 1등급을 받으면서 절대평가로 인한 등급 문제는 줄어드는 듯했다. 그런데 9월 모의고사로 가면 1등급 비율이 5%대로 폭락한다. 그 결과 원서접수 기간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수능 성적을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본 시험을 코앞에 두고 영어까지 추가로 공부할지 고민했다.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의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낮은 난이도를 유지해야 했음에도 수능 2개월 전 치른 시험이 어려웠던 것이다. 가뜩이나 국어와 수학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느낀 부담은 매우 컸다.

영어 난이도를 균등하게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사 역시 문제이다. 수능 시험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한국사 난이도가 올라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일단 수능 시험에서 한국사를 의무적으로 치르는 것부터 문제이다. 이는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제도이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시도한 국사교과서 국정화, 즉 정권이 강요한 공동체의 과거에 대한 단일 담론이라는 획일적 결과가 수능 내 한국사 시험이다. 개인적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폐지해야 하는 비합리적 제도라고 보는데, 난이도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우선이다. 모의고사와 본 시험 간 난이도 차이가 크면 학생들은 높은 난이도에 맞게 대응하게 되고, 이는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장기적으로 수능은 언어와 추리라는 두 영역으로 재편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단순화가 어렵다 해도 가능한 영역에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절대평가나 자격고사를 기치로 내건 영어와 한국사에서 많은 학생들이 준비의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3학년 학생들은 공부시간 대부분을 국어와 수학에 투자했다. 풍선효과는 실제로도 이어졌으며, 이를 근거로 내년에도 학생 대부분은 국어와 수학을 공부할 것이다. 전술한 두 과목을 집중 학습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긍정적인지 여부를 떠나 이러한 현실은 영어나 한국사 등이 안정적인 예측치를 가질 때 정당화된다.

쉽고 간편한 시험으로 영어를 인식하도록 난이도 안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폐지가 요구되는 한국사 시험은 최소한의 준비로 끝낼 수 있도록 쉬운 출제를 일관성 있게 고수할 필요가 있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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