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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오늘 공식 출범한다. 합수단에는 검찰과 경찰,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사정업무와 관련된 정부기관이 총동원된다. 규모도 검사 18명과 군검찰관 6명을 포함해 105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이다. 곪을 대로 곪은 방산비리는 이제 국민 불신을 야기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합수단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질적 비리 커넥션을 끊어내야 한다.

방산비리의 심각성을 일깨운 것은 통영함 사태다.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은 2012년 진수식을 가졌지만 1970년대 수준의 낡은 음파탐지기가 탑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군이 인수를 거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통영함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자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부랴부랴 신규 장비를 주문해 실었으나, 이 또한 제대로 된 음파탐지기가 아니라 참치 떼를 추적하는 어군탐지기였다고 한다. 혈세 1600억원이 투입된 최첨단 함정이 값비싼 폐기물 신세로 전락했으니 공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합수단은 통영함 등 국내 무기개발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우선적으로 수사 초점을 맞출 듯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왼쪽 일곱 번째)이 21일 서울 중앙지검에 마련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단순히 국내 방산업체 몇 곳을 처벌하는 선에서 그쳐선 안된다. 비리의 몸통을 규명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무기도입 과정을 파헤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 등이 지적하듯, 북한의 위협이 발견될 때마다 정밀한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새로운 무기도입 예산부터 책정하는 군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터다.

문제는 수사 의지가 있는지다. 합수단 구성 자체가 검찰 뜻보다 대통령의 ‘하명’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방산·군납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청와대 뜻에 따른 하명수사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기보다 몇 명을 구속하고 기소했다는 등의 실적 위주로 흐르기 쉽다. 이번 수사는 군사문화를 바탕으로 끈끈하게 묶인 ‘군피아(군대+마피아)’의 조직적 방해를 돌파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려면 수사에 어떠한 성역도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수적이다. 합수단이 깃털만 손대고 몸통은 외면한다면 방산비리 근절이란 과제는 또다시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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