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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계는 광물자원 전쟁 중이다. 지난 세기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원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자원 확보 전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화석원료를 소비하면서 산업과 사회를 성장시켜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와 연결되어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그린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저유가 속에서도 2차전지, 전기차,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등에 이르는 그린에너지 관련 시장의 성장기조는 견고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대표적인 고성장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15조1000억원에서 올해 25조원으로 1년 만에 약 60% 성장했고, 2023년에는 95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신기후체제가 가동되고 그린에너지 산업에서의 신기술 발달과 규모의 경제가 지금의 추세대로 가속된다면 탈화석시대는 더욱 빨리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관련해 광물자원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노후 전력망의 현대화와 자동차 경량화 등 에너지 소비효율 제고 과정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의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드론 등 수송 부문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동화도 전력 인프라 확충이 필요해 구리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구리 수요의 꾸준한 확대를 예상하고 구리광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구리 매장량 1위인 칠레의 주요 구리광산 지분 약 35%가 일본 기업 소유다.

한국 기업도 뛰고 있다. 국내 1위의 특수강 전문 기업인 세아베스틸은 지난 10월 글로벌 알루미늄 업체 알코닉의 한국법인 알코닉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알코닉코리아는 항공, 자동차, 방산 등에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세계 10위권 구리광산 업체 코브레파나마의 지분 10%의 전량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21억4000만t으로 추정된다. 2012년 광물공사와 LS니꼬동제련이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20%를 인수했고 2017년 LS니꼬동제련은 보유 지분 10%를 운영사인 FQM에 매각했다. 현재 광물공사는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정가격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하는 바람에 유찰된 상태다. 그런데 지분을 매각한 LS니꼬동제련이 지난 10월 말 광산 운영사인 FQM과 구리 180만t 구매계약을 맺었다. 거래기간은 15년으로 내년부터 매년 12만t의 구리정광을 코브레파나마 광산에서 공급받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분을 팔고 민간 기업은 원료를 사는 형국이다.

자원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단순히 금전관계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자원이 많은 국가와 오랫동안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원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다.

<강천구 | 인하대 초빙교수 에너지자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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