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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을 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5년도 지나지 않아서 사업을 완료했다. 강바닥을 팠고 보로 막았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강을 살린다고 한다. 맞다. 살려야 한다.

강을 죽인 사람들도, 강을 살리겠다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 강을 모른다. 강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생물이다. 물도 살아있고 강바닥도 살아 움직인다. 손을 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강이, 강바닥의 모래가 마음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들이, 학자들이, 강에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를 없애면 농사를 못 짓는다고 주장한다. 틀렸다. 4대강 준설 때문에 수위가 낮아져서 농사를 못 짓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모래를 강에서 파냈기 때문이다. 보만 열고 파헤쳐진 강바닥은 그냥 두겠다고 한다. 물속은 보이지 않으니 모르겠다고 한다. 두고 보자고 한다. 틀렸다. 강바닥은 강의 뼈다. 강의 기반이고 본체다. 4대강 사업은 강의 뼈를 꺾었다. 꺾인 뼈는 내버려둔 채 피부성형만으로 강이 살아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순차적으로 하자고 한다. 어떤 보는 그냥 두고 어떤 보는 철거하겠다고 한다. 틀렸다. 강의 반응은 연쇄적이다. 상류에서 하류, 본류에서 지류까지 모두 서로 영향을 미친다. 한 지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의 수문을 열었더니 모래톱이 생겨나서 강이 살아났다고 한다. 아니다 모래톱은 새로 생긴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래가 물이 빠져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래는 4대강 이전의 원래 강바닥이 아니다. 포클레인이 파헤쳐 놓은 상처입은 강바닥이다. 살아난 게 아니라 이제야 눈에 보이게 드러난 강의 속살이다. 강의 상처다.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있을 거라고 한다. 틀렸다. 없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임무는 보 처리 대책에 한정되어 있다. 환경부는 강물을 관리하고 국토교통부는 강을 관리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없고 마스터플랜도 없다. 큰 그림이 없으니 5년 후, 10년 후 4대강이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어쩔 것인가? 아직도 문제가 뭔지 모른다. 4대강 사업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무엇인지 모른다. 강 전체를 살려야 한다. 4대강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강을 살리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보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강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살려야 한다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피만 닦아내자는 것이다.

살려야 한다. 생명이니 생명으로 취급해서 살려야 한다.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유럽에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강 전체다. 강의 본류와 지류, 물, 강바닥, 생물, 수질, 지하수는 하나다. 그들은 강을 생명으로 다룬다. 보를 없애고 물길을 돌리고 강바닥의 모래를 살려낸다. 그것으로 부족해 적응관리를 한다. 자연의 생명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열어두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른다. 무지하다.

<김원 |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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