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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지난해 7월 유럽을 강타한 열파(heat wave)는 프랑스에서 46.1도, 독일 42.6도, 벨기에에서 40.2도 등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모두 경신하게 했다. 특히 이 열파 기간 중 불과 5일 동안 그린란드에서는 550억t의 얼음이 녹았고, 8월1일 하루에만 130억t의 얼음이 녹았다. 130억t, 이는 사람의 평균 몸무게가 62㎏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100억명의 몸무게 합과 맞먹는다. 현재 세계인구가 약 77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 세계 인구 몸무게 총합의 27.3배만큼의 얼음이 8월1일 하루에 그린란드에서 녹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극단적인 폭염, 산불, 혹한, 태풍, 허리케인 등 심각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자연재해 등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발전과 더 편하고 잘사는 삶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행하고 있는 무분별한 화석원료의 사용과 숲을 훼손하는 등 토지 이용의 변화는 우리가 우리 후손들로부터 빌려서 쓰고 있는 지구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유엔 환경프로그램의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0년 중 2014~2016년에만 정체되고 매년 평균 1.5%씩 증가했다. 2018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인 553억t의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 중 에너지 사용과 산업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2018년 한 해 동안 2% 증가한 375억t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여러 해 동안 논의되었듯이 2030년까지 지구 기온 증가를 2도 이내로 한정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5% 감축해야 하고, 1.5도 이내로 한정하려면 55%를 감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노력은 이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오죽하면 16살의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패널토론에서 “저는 여기 연단 위가 아니라 바다 건너편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당신들은 빈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갔어요”라며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호통을 쳤을까. 타임지가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각성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당면 숙제이다.

바다, 땅 그리고 식물과 광합성 미생물들이 열심히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 이용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화석원료를 꺼내 대기 중으로 엄청나게 올려보낸 이산화탄소는 더 빠른 속도로 줄여야 한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저장 및 이용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화석원료 사용을 줄이고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탄소를 함유한 여러 화학물질들을 만드는 기술들에 대해 살펴보자. 이산화탄소는 상당히 안정적인 물질이므로 에너지와 환원력이 공급된 상태에서 다양한 촉매반응을 통해서만 다양한 화학물질로의 변환이 가능하다. 메탄올, 메탄, 탄화수소뿐 아니라 개미산과 다양한 카르복실산, 요소(urea), 카보네이트, 고분자 등을 만들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한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한 예로 알베말과 노보머사가 개발한 폴리프로필렌카보네이트 고분자의 경우 생산된 고분자 중량의 40%가 이산화탄소이다. 이때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와 환원력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획득하는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광합성 박테리아나 미세조류들은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하여 성장이 가능하며, 지방산,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광합성 미생물들은 성장속도가 느리다 보니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경제성이 낮아 대사공학에 의한 개량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원래는 이산화탄소만을 탄소원으로 해서는 성장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들도 대사공학으로 개량하여 이산화탄소만을 탄소원으로 하여 자라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변환시켜 액체인 개미산으로 바꾼 후 미생물들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도 하고 있다. 작년 카이스트 내 연구실에서는 이산화탄소와 개미산만을 탄소원으로 하여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장균을 처음으로 개발했는데, 이는 다른 미생물에서 테트라하이드로폴레이트 활용 대사회로를 가져와 대장균 내에서 재구축하고 일부 대장균 자체의 대사회로들도 조작하고 최적화하여 가능했다. 올해는 이스라엘 연구팀에서 다른 대사경로를 도입하고 실험실에서 적응 진화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하여 자라는 대장균을 개발했다. 아직은 포도당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성장속도가 많이 느리지만, 추가적인 대사공학을 통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효율적인 대사활동이 일어나게 하면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먹고 유용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저감은 위의 몇 개의 기술만을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가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 에너지로의 전환, 산업계에서의 감축 노력, 우리 소비행태의 변화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실천하고, 이에 더하여 이미 우리가 배출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위의 기술들을 적용할 때, 설정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겨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그레타 툰베리가 27살이 되었을 때 “저와 제 친구들의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겨주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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