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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라고 합니다. 물건이나 망가지면 고쳐서 쓰지, 사람의 품성과 버릇은 웬만해선 고쳐지지 않으니 쉬 용서하거나 받아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속담에도 ‘개꼬리 삼 년 묻어도 황모 못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쥐의 수염으로 만든 서수필(鼠鬚筆)이나 청설모 털로 만든 청필(靑筆)도 매우 좋은 붓이지만,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은 매끄럽고 탄성이 좋아서 중국에서조차 탐내는 명품 붓으로 대접받습니다.

이 황모필을 만들기 위해 족제비 꼬리털을 추려 종이에 싼 뒤 굴뚝 밑에 오래 묻어 둡니다. 그래야 연기로 훈증되어 기름기가 빠져 먹물을 잘 머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꼬리를 아무리 오래 묻어 둔들 고급 황모가 될 리 만무합니다. 사람 역시 철없고 못된 이가 나이 먹는다고 저절로 철들고 개선되지 않습니다. 천지개벽의 엄청난 일을 겪지 않는 이상 개과천선이란 상전벽해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니 사람 바뀌기 기다리기보다 버리는 게 빠르다고 하는 거죠.

손찌검, 주사, 바람, 도박, 사기 같은 것은 스스로 고칠 수 없습니다. 제정신 돌아와, 내가 미쳤었다고 한 번만 용서해주면 다신 안 그러겠다고 무릎 꿇고 울며 싹싹 빕니다. 너무 애걸복걸이라 눈 질끈 감고, ‘다음에도 그러면 다신 안 본다’ 다짐 받고 용서해줍니다. 하지만 드라마 대사처럼 ‘한 번 때린 놈이 두 번은 못 때려?’입니다. 다신 도박 안 한다 제 손가락 자르지만 분명 발가락에 끼우고 할 겁니다. 술만 먹으면 또 개가 될 거고요. 지긋지긋하게 봤잖습니까.

얼마 전 나이 드신 양반들이 개털 됐다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반성문 쓴다고 반성하는 거 아니죠. ‘미워도 다시 한 번’일 그 현수막 글귀를 요즘 속담으로 새로 입힙니다. ‘무릎 꿇는 이는 무릎 꿇을 일을 또 한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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