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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관료는 퇴임 후 인생이 더 찬란하다. 2008년 이후 고위 퇴직자 중 69%가 대학총장, 주요 보직교수로 재취업했다. 가령 2014년에 차관이 우석대 총장으로 취임했고, 2012년에는 차관이 동명대 총장으로, 기획조정실장이 국제대 총장으로 갔다. ‘전관예우 로비스트’ 치고는 명예롭기 그지없다. 수명도 꽤 길다. 바로 ‘불사조 김문기’가 서식할 만한 환경이다. 수원대 비리에 대한 교육부의 솜방망이 감사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런 교육부가 얼마 전 수상한 입법예고를 했다. ‘학교법인이 벌이는 소송에 교비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시행령이다. 교비는 곧 등록금이다. 사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은 대개 교수를 탄압하고 비리를 감추는 일인데, 그런 일에 학부모들의 피같은 등록금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놀란 입을 다물 수 없다.

대법원은 ‘소송비용의 교비회계 지출은 횡령행위’라고 작년 3월에 판결을 내렸다.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그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판례도 무시하고, “관계법령에 규정이 없고, 회계운용의 합리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부는 이런 경우 예외없이 경고와 시정명령을 해왔다. 갑자기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더욱 용감무쌍한 것은, 사립학교법 제29조의 ‘교비회계의 수입은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다’는 상위법을 바로 이번 시행령으로 무시하려는 ‘초법’을 감행한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해도 되나?


서울시립대·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 비교_경향DB

‘대학구조 개혁’만 해도 그렇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의 정규교원 확보율을 개선할 호기로 삼는 것이 상식이거늘, ‘등급 매기기’라는 칼자루에만 매몰되어 있다. ‘등급에 따른 장학금 제한’에 민감한 학생들에게 이런 ‘반교육적인 망치’로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이게 ‘교육’부라니! 이번 입법예고의 기괴한 발상도 이해가 된다.

교육부의 무능은 등록금 회계의 투명성조차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는 데 이르고 있다. 우리 등록금은 OECD 최고 수준이다. 등록금을 받아 제때 쓰지 않고 십수년간 쌓아놓은 수원대의 4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적립금은 도대체 어찌해서 가능했는가? 누가 이렇게 방치했는가? 바로 교육부의 무능을 웅변한다. 학부모는 쓰라린 가슴과 허탈만이 남는다.

수원대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1심 승소는 ‘등불’이 되었다.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교육비 지출을 통해 이월 적립금을 발생시킨다면 그것은 ‘영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그토록 쉽게 파기했다. 누가 그 ‘파기’의 근거를 제공했을까?

교육부부터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대안도 좋은 게 나오고 있다. ‘교육자치’와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이원적 체제가 그것이다. 지금 웬만한 일은 선출직 지방교육감이 맡고 있는데 대학도 지방마다 정체성 차이가 있으므로 위임하는 게 맞다. 독일은 모든 대학이 국공립임에도 지방정부가 관할한다. 미국도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에서 대학을 관할한다.

그런 후 유럽처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그 상부에 설치하면 된다. ‘국회와 교육단체 및 교육감들의 추천’으로 구성된 중장기적 위원회 체제라면,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다 온전하게 구현할 토대가 될 만하다.

‘백년대계’가 제대로 나오려면 이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교육부’는 이름을 없애고 기능도 대폭 줄여서, 위원회를 지원하는 실무직으로 들어가면 된다.


이원영 | 수원대 교수·한국대학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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