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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지하철 내 흡연 여성 논란’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교통문화 역시 양보와 배려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주행 신호로 바뀐 후 조금만 지체해도 어김없이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놀란 경험은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순간부터 차선을 변경하려는 자와 자신의 차선에서 먼저 앞으로 진행하려는 자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교통안전공단이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을 범시민 생활실천 운동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서울 장안사거리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I 출처:경향DB
교통약자란 운전자 중에서도 어르신, 임산부, 장애인, 초보운전자를 비롯해 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를 말한다.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운전은 어려울 게 없다. 첫째, 차선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차량이나 저속운행으로 뒤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차량에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 탑승 차량이나 영·유아 탑승 차량 등 승·하차 시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차량에 대해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특히 스쿨버스 및 어린이 탑승 차량 주변에서 과속 및 앞지르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를 우선시하고, 고령자나 임산부 등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교통약자에게는 신호가 바뀌더라도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주면 된다.
이러한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은 교통사고 감소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모든 운전자가 약자 배려 문화운동을 실천하면 연간 최대 128명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가 기대된다. 또한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 및 교통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국가 교통문화지수도 10%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교통사고 피해는 201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인 13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30위에 머물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를 자랑하고 있지만 교통안전 수준은 꼴찌나 다름없다.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이나 교통 환경, 그리고 기술 개발 등 여러 요인들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통안전 의식의 변화 없이는 어떠한 정책이나 기술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도로 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한 우선 과제인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내가 배려받아야 하는 소중한 인격체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배려는 상대방의 배려를 낳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화로 확산될 수 있다. 상대방을 존중해 결국 내가 존중받는 양보와 배려의 문화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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