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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성 | 미국변호사

지난 13일 수원 살인사건 당시 112신고센터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거듭된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위치추적권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은 112신고센터가 휴대폰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위치추적을 허용한다. 이에 사전동의 없이 긴급구조 시 경찰의 위치추적을 허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범연합적인 112 긴급번호제도를 채택한다. 27개 회원국 어디서나 동일번호로 긴급구조 요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회원국별 고유 긴급번호제도는 112와 병행된다. 유럽연합의 관련지침은 회원국이 발신자번호 및 위치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별도의 사전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동의한 후라도 언제든지 전화연결 및 전송단위별로 손쉽게 취소할 수 있다. 112 긴급전화의 경우, 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임시적으로 거절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

 

휘경동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에서 성범죄 위치추적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I 출처:경향DB

미국의 긴급번호제도는 긴급상황(911)과 비긴급상황(311)으로 구분된다. 업무량을 분산시킴으로써, 911콜센터(PSAP)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미국 통신법은 통신사업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무를 강조한다. 911 긴급전화서비스를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보편적 역무로 간주한다. 긴급상황 시 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의 이용, 공개, 또는 접근을 허용한다. 관련 위치정보는 911콜센터, 긴급 디스패처(dispatcher:배치담당자) 서비스사업자, 소방서, 수사당국, 병원 응급실 등에 제공된다.

경찰 112신고센터의 자동위치추적권을 허용하려면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위치정보법 제15조 ‘긴급구조지원기관’의 긴급구조도 사전동의 없이 위치추적을 허용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둘째, 적용범위를 112, 119 긴급전화 응답으로 한정해서 위치정보의 유출, 오용 및 남용을 막아야 한다. 셋째, 제29조의 긴급전화 발신자 자격조건을 없애고, 긴급전화 응답즉시, 위치정보사업자가 위치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112신고센터의 자동위치추적과 더불어 민간전문가인 디스패처의 콜센터 배치 및 출동지휘권 부여를 고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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