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았다. 국정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국가운용의 근본적 철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국가권력의 근본적 성장요인은 무엇일까. 국력의 원인이 민족의 우수성, 혹은 조직구성원의 자질에 전적으로 근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권력은 지속적으로 이동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축구팀도 어느 감독이 사령탑이 되는가에 따라 4강에 오르기도 하고 16강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구성원의 자질이라기보다는 관리 운영상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근세 이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가장 먼저 가난을 극복하고 최고의 성장을 이루어 낸 국가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북한 긴장, 북핵,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심리적 불안정성, 정치권의 혼돈, 무너져가는 상호신뢰, 하부구조의 불안정성, 그리고 심화되는 양극화.

중국의 부침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은 세계의 중앙국가로서의 자부심과 뿌리 깊은 사상과 문화를 가졌었지만 19세기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무릎 꿇고 말았다. 왜 중국은 문명과 문화의 상징인 종이와 화약, 도자기를 먼저 발명했음에도 영국 범선의 화포에 무너지고 말았을까. 아마도 그 원인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민주사회의 역량’ 차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럽은 시민혁명을 거쳐 자유와 평등사상이 일반화되면서 산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즉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인간의 창의성이 자유경쟁을 통해 한껏 보장되는 이런 환경은 문명발달을 가속화시켰으며 봉건 권위적인 국가였던 중국과는 달리 영국은 화력과 사거리 면에서 더욱 월등한 대포와 총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중국의 포탄이 영국의 뱃머리에 닿기도 전에 이미 중국의 전투선은 영국의 화포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렸던 것이다. 권위주의 수직사회와는 달리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됐던 사회적 환경은 이토록 세상의 판도를 바꾼 원인이 됐다.

어떤 권력도 인간의 본질적·생태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민주와 창의성이 일반화될 때, 자유 또한 방종으로 흐르거나 권태롭지 않도록 견제와 경쟁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깨어있는 이성들이 자유로이 자아를 빛나게 꽃피울 수 있었을 때, 그 국가는, 그 민족은 세계의 주역이 되었다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한복을 입은 채 연단에 오르고 있다. _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억눌리는 강압적 권위주의나 지나친 자유가 가져다주는 나태와 무사안일 모두 옳지 않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는 권위주의에 근거하고 있고 공조직은 무사안일적 타성에 빠져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위에 언어적 유희와 현학적 논리, 독선적 논점만 난무하는 것 같다. 이제 기업조직은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고, 공조직은 경쟁적 환경으로 몰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축구가 아닌 국력으로서도 세계 4강에 들 수 있지 않을까?


김용희 | 서울 사이버대 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