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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국 사회의 부정과 비리의 사슬을 끊어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제정되었다. 2011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내놓은 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뤄낸 3년9개월 만의 결실이다. 원안에서 일부 후퇴된 부분이 있지만, 직무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금품수수를 금지한 취지가 관철됨으로써 강력한 반부패법의 정신을 살리게 됐다. 당장에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각종 청탁과 접대 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기대된다.

‘김영란법’은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은 경우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금품에는 돈·물품 말고도 접대와 향응, 편의 제공 등 유·무형의 이득이 모두 해당된다. 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에는 선출직·임명직 공무원과 공직 유관기관 임직원 외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직원도 포함됐다.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이룰 순 없겠으나, 관행이라는 핑계로 만연한 부조리의 구조를 깨뜨릴 수준이다. 일각에서 과잉 입법을 운위하지만, 수십년 전부터 시행 중인 선진국들의 반부패법에 비하면 외려 널널한 편이다. 177개 국가 중 46위(2013년)에 불과한 국가청렴도를 높여 ‘투명 사회’를 이루려면 일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상화한 부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법에서 우려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다. 원안과 달리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 때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과태료 대상으로 삼아 떡값·촌지 등을 없애기 힘들어졌다. 적용 대상 ‘공직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도 법의 구멍이다. 다른 가족과 친족을 통한 우회 청탁·금품수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자 대상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한 것은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낸다. 민간 영역으로 대상이 확대됨으로써 수사기관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남용의 소지가 커졌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이 법을 악용,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언론을 감시·통제할 수도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공정한 법 운용과 더불어 검경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다. 여야는 이날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출처 : 경향DB)


당초 ‘김영란법’은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세 부분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 ‘이해충돌방지’는 빠졌다.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자나 가족이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회 정무위 심의에서 현실 적용의 어려움을 내세웠으나, 이해충돌방지는 전 세계의 보편적 공직윤리규범이다. 여야는 이해충돌방지 부분의 별도 입법도 서둘러 반부패법으로서 ‘김영란법’이 온전체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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