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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마치고 ‘최영함’ 입항 행사 중 밧줄 사고로 순직한 최종근 하사에 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우리 군의 순직심사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군 직무수행과의 인과관계가 워낙 명백해 신속한 순직 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GOP부대 폐유류고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촉발된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모 일병 사건,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 경계초소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숨진 김모 중위사건, 군에 입대한 지 120여일 만에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 등 많은 군부대 내 사망사건·사고들이 사회적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순직결정을 받았다. 

군 사망사고 피해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지키고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순직심사를 신속·명확하게 처리하고 심사대상도 확대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2018년 2월 ‘군인사법시행령’ 개정으로 구체적인 사망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진상규명 불능’ 사망자도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경우에만 순직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과제로 남아있다. 

얼마 전 탄약정비병으로 군 복무 중에 악성림프종이 발병한 이가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사건을 접했다. 그는 해당 질병으로 사망한 시점이 전역 이후라는 이유로 ‘순직군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상자 본인의 사망 원인이 된 부상 또는 질병이 군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나 우연한 사정에 의해 좌우되는 사망 시기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행정상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

순직심사 업무의 ‘공정성·전문성 확보’를 위한 꾸준한 개선작업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엄격한 통제와 격리,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특유의 비밀주의문화 등으로 인해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가족 등의 참여나 감시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 내부의 수사가 이뤄지고 그 증거자료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보니 일반 국민들은 군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대 국회 출범 후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전문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학계와 시민단체의 다양한 개선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위로와 보상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군 복무 중 발생한 각종 사망사고 중 사망 원인에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그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2018년 9월~2021년 9월 운영)가 발족돼 과거 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에 기인한 사망 원인 불분명자들에 대하여 전향적인 순직 처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최근 ‘군인연금법’ 개정에 따라 급여 청구의 시효 기산일이 ‘사망일’에서 ‘순직 결정일’로 변경돼 뒤늦게 순직으로 결정되었지만 급여 청구권의 시효가 지나 유족의 권리가 소멸하기도 했던 불합리한 점이 개선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유족의 고통과 좌절을 방치하지 않고 군과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진화 | 예비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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