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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기관들이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으며, 법정에서는 기후 소송이 진행되는 등 풀뿌리 시민운동도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1000명은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바이오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지침은 먼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동시에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메탄과 블랙카본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셋째는 산림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큰 몫을 담당하게 할 것, 넷째는 동물성 식품을 덜 섭취하는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다섯째는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고, 여섯째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하루 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 변화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과 블랙카본 같은 단기성 온실가스도 현저하게 줄여준다. 블랙카본의 40~50%가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데서 배출되고 축산업은 삼림 파괴와 메탄의 주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축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를 위한 농토를 넓히는 한편 축산업으로 사용되는 농지에 삼림을 조성함으로써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미 작년 8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함께 토지 이용의 획기적 전환 없이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육류와 유제품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고하며, 전 인류가 채식이나 비건(완전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꿀 경우 최대 연간 80억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고, 음식물 쓰레기만 신경 써도 연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경작·혼농임업 등 식량 생산방식을 바꿔도 2050년까지 최대 연간 96억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종합하면 생산에서 폐기까지 먹거리 시스템만 개선해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50% 가까운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식습관 변화를 연결고리로 땅과 동식물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및 사막화의 완화, 생물다양성의 복원을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물 부족·인류 건강·식량·양극화 문제의 해결이란 가능성도 확인해 준다. 

인류는 식습관 변화를 통한 악순환과 선순환 가운데 양자택일의 순간에 서 있다. 인간과 지구, 밥상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밥상혁명의 순간이다.

<고용석 |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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