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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니?”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이 받던 질문이다. 어른들의 질문에 ‘내 꿈은 뭘까’ 고민도 하고, ‘꼭 꿈을 가져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 살면서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삶을 긍정적이며 풍요롭게 한다. 꿈이 있으면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장기 아동·청소년기의 꿈은 그 어떤 시기의 꿈보다 중요하다.

꿈은 미래를 희망하며 ‘지금, 여기’의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빈곤층 미래세대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세대에게 교육과 문화 등의 기회 불평등이 꿈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월드비전과 동그라미재단은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래세대, 특히 빈곤 아동·청년들의 꿈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원해야 할 방안이 무엇인지 탐색해보고자 꿈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전국 12~24세 아동·청년 3746명을 분석한 결과, 빈곤층 미래세대들은 꿈마저 차별받고 있었다. ‘여러분은 꿈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빈곤층 미래세대들은 꿈이 없거나 아직 막연하다는 응답이 58.7%였던 반면, 비빈곤층에서는 41.6%로 나타났다.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꿈을 따라 살고 있는지’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등에서도 빈곤층은 비빈곤층에 비해 모두 부정적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꿈이 없거나 막연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빈곤층 미래세대들은 꿈이 없거나 아직 막연하다는 응답이 초등학생 21.1%에서 청년층 75.2%로 5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빈곤층 미래세대들이 성장할수록 꿈이 사라지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꿈과 진로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지만, 그 이유에서 빈곤층과 비빈곤층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난하면 꿈조차 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따라 꿈을 포기하고 당장의 빈곤을 면하기 위한 생계형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 결국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빈곤하더라도 꿈이 있는 아이들이 건강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꿈이 있는 아이들이 꿈이 막연하거나 없는 아이들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빈곤층 미래세대 중 꿈이 있다고 응답한 집단은 비빈곤층 중 꿈이 아직 막연하거나 없다고 응답한 집단보다 더 행복하고, 자존감이 높으며, 학교에도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우리 사회에서 미래세대들이 경험하는 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히 빈곤층 미래세대들에게 꿈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래세대의 꿈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 빈곤층 미래세대가 꿈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빈곤층 미래세대들을 위해서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들의 꿈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 및 학교와의 연계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빈곤층은 여러 사유로 가정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빈곤층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와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 미래세대들이 꿈을 찾게 하고 이를 위해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때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과정이어서 사업의 효과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꿈을 찾는 과정 자체가 단순히 꿈에 머무르지 않고 기대하지 않던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아동·청소년들의 잠재된 역량과 힘을 믿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다림의 미학이 그 어느 사업보다 필요하다. 꿈을 찾고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은 빈곤 아동·청소년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꿈과 희망의 사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이 앞으로도 수많은 빈곤층 미래세대들의 꿈을 찾는 여행에 의미있는 동반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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