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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범죄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냉소적이고 단편적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범죄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기보다는, 엄중하고 무거운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시대착오적인 응보주의로 결론 맺는다. 언론에 보도되는 흉포하고 잔인한 10대들의 범죄는 전체 소년범죄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 소년범죄의 대부분은 절도와 사기 등 생계형 범죄인데, 청소년들이 생활고를 겪는다는 것은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에서 탈출한 경우를 말한다.

소년범의 80%는 부모 이혼이나 사망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 결손가정 출신이고 고아나 탈북청소년, 다문화 가정 출신도 많다. 보호자의 직업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보호자가 자살하여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쌓여 ADHD, 분노조절장애, 품행장애로 약물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상당수다. 또한 70%가 공교육에서 일탈하여 거리를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소년은 유아기에 어머니가 사망한 후 건설 일용노동을 하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되었고, 알코올중독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수시로 집을 나갔다. 엄마 없는 가난한 집 아이라는 놀림과 편견은 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따라다녔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소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는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다녔다. 마침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소년에게 학교는 강제전학 징계를 내린다. 미래의 사회적 지위획득을 위한 경쟁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소년과 같은 문제 학생들은 학교 간 폭탄 돌리기를 통해 의무교육과정을 힘겹게 통과한다. 부족한 출석일수와 낮은 성적은 고교진학 과정에서 문제 학생들을 지역사회의 특정 학교로 집중시키고, 이들 학교는 비행적 하위문화를 공유하는 교우관계의 장으로 기능함으로써 비행을 확대·재생산한다.

방과 후 시간을 주로 생활비와 용돈 마련을 위한 배달 아르바이트로 보내던 소년은 교사와의 갈등과 무단결석으로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평범한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소년은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에 시달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 없는 길을 끝없이 달렸다. 아버지의 폭력과 방임으로 가출한 소년은 친구들과 유흥가를 전전하다 휴대폰 매장에 침입하여 절도를 했고,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앞두고 법무부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심사원 교육의 목표는 소년의 자존감을 회복하여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의 재범률은 40%에 달한다. 거리를 배회하던 소년은 비슷한 처지의 이성친구와 동거를 해서 어린 나이에 자녀를 출산한 후 경제적 빈곤과 가정폭력, 방임을 물려줄 것이다. 청소년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국가적 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복지확대를 전제로 한다. 범죄소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의 다른 이름이며, 소년이 원한 것은 단지 ‘관심’이었기 때문이다.

최원훈 | 법무부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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