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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의 피해자 송모씨가 쓴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에 현직 검사 ㄱ씨에게 1780만원을 건넨 기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초 “ㄱ검사 이름과 함께 적힌 금액은 200만원”이라고 했다가 “두 차례 등장하며 액수는 300만원”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더니 “10차례 등장하며 1780만원”이라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검찰은 송씨 유족이 장부 내용 일부를 수정액으로 지우고, 장부 끝의 별지를 폐기한 뒤 검찰에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뒤늦게 해당 검사의 직무를 정지하고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토록 했다.

ㄱ검사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12일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검찰 쪽에서는 액수가 적고, 대가성 입증이 어려우며, 공소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송씨 사망 직후 장부를 복사해둔 경찰이 “액수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결국 검찰은 사본을 입수해 원본과 대조한 뒤 2005~2011년 10회에 걸쳐 1780만원을 수수한 기록이 있음을 털어놨다. 검찰은 ‘수정액’ 탓을 했지만 군색하다. 의혹의 표적이 검사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었다면 그리 허술하게 넘어갔겠는가. 검찰은 ‘ㄱ검사가 20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이를 부인하며 ‘3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애초부터 제 식구 감싸기에만 골몰했을 뿐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경찰의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훼손되지 않은 매일기록부 복사본을 확보해 놓고도 “사본은 없다”고 밝혀왔다. 송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사본은 넘기지 않았다. 경찰이 해당 검사를 따로 수사하려고 자료를 남겨둔 건지, 경찰관 등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혐의를 은폐하려 한 것인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핵심 증거인 장부를 복사한 뒤 유족들에게 돌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훼손 기회를 준 까닭도 밝혀져야 한다.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_ 연합뉴스

‘공여자’인 송씨가 사망한 만큼 이번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기록부에 이름과 금품수수 액수가 기재된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해선 안된다. 더욱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힘 있는 공직자들이 지역 재력가와 유착해 편의를 봐주는 구시대적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이런 공직자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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