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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와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늘 설렘을 갖는다. 그런데 유독 다문화와의 만남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다문화 인구 200만명.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초기 다문화사회를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 북한이탈주민…. 흔히 우리는 이들을 ‘다문화인’이라고 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다문화인들로 인해 다문화가정 자녀들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20만7693명으로 국내의 전체 자녀 수 940만6036명의 2.2%에 달한다. 이들을 나이별로 살펴보면 만 6세 이하 자녀가 11만7877명, 만 7∼12세 자녀가 5만6108명, 만 13∼15세 자녀가 1만8827명이다.

이 통계를 보면 초·중·고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미취학아동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교육부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매년 약 20만명씩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약 8000명에서 1만명까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다문화학생 수 추이에 관한 자료는 전체 초·중·고 학생의 1.68%인 9만9186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사회적·교육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결혼이주여성인 어머니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한국 문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유아기 언어발달이 늦어진다. 이로 인해 단어나 문장의 이해력이나 맞춤법, 작문능력이 떨어지는 등 언어 이해에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어머니의 교육문화 차이로 인해 숙제나 알림장 확인 등 가정의 교육지원이 부족하거나, 이로 인해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을 갖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적응에 초점을 맞춰 시행 중이다. 교육부에서는 다문화유치원을 시범운영하고 중도입국학생의 한국어교육을 위한 예비학교를 운영하거나 맞춤형교육을 추진하고 성취도 평가를 강화했다. 또한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기초학력 강화를 위하여 대학생 다문화멘토링 제도를 실시하고, 글로벌브리지 사업이나 직업교육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나아가 상호이해교육을 위한 다문화 중점학교를 확대하고 교사들의 다문화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는 정책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특성이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학교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언어치료가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가정에서 자녀들의 언어교육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다문화학생 대상의 다문화중점학교 운영을 확대하여 일반학교 내 통합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비다문화학생들에게도 문화다양성 교육을 실시해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교육부의 다문화교육 관련 예산을 증액시켜 모든 학생들에게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계시민성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다문화가정 자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어머니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학교마다 다문화 주간을 설정하고 다문화가정의 어머니가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다섯째, 취업을 원하는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직업훈련은 물론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진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책과 맞춤형 진로지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들이 현실에 적용돼 여러 문제들을 극복해 간다면 우리 모두는 다문화사회를 만나는 것에 대해 불편함보다는 설렘을 갖게 될 것이다.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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