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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기고]다윗의 물매돌

opinionX 2017. 5. 19. 10:18

지난 4월2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중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다윗의 물매돌(David’s Sling)’이 최초로 실전 배치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물매돌을 하찮은 무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불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표현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대결에 많이 쓰이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구약성경을 보면, 다윗은 물매돌로 거인 골리앗의 이마를 쳐서 쓰러뜨린 후 그의 목을 벤다. 물매돌로 이마를 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물매(Stone sling)란 가죽으로 만들어진 끈을 사용하여 돌을 회전시킨 뒤 원심력의 힘으로 던질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이다. 물매는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고대 근동 및 유럽에서 전투무기로 널리 애용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군의 탄도학 전문가인 에이탄 허시는 1995년 한 심포지엄에서 물매돌과 같은 강한 발사체로 두개골에 충격을 주어 사람을 의식불명에 빠뜨릴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그리스 의사 셀시우스는 물매돌에 맞은 군사의 몸에 박혀 있는 돌이나 납덩이 등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 상세한 의학적 처방을 남기기도 했다. 더욱이 물매는 상대가 갑옷이나 투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무기다. 다윗이 골리앗과 맞선 때는 혈기 넘치는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그 위력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윗은 단 한 번에 골리앗의 얼굴을 명중시켰다. 다윗만 물매돌의 달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의 기록에 따르면 에게해 주민들은 최고의 물매돌 전문가들로, 이들은 단지 적군의 얼굴을 명중시킬 뿐만 아니라 얼굴의 특정 부위를 정밀 타격하는 데도 능했다고 한다. 성경을 보면 다윗은 골리앗을 상대하기 전에 이미 사자나 곰을 물매돌로 기절시키거나 죽였다. 반면 골리앗은 힘센 거인이었지만, 성경의 기록을 보면 방패병의 도움을 받으며 다윗과의 대결에 나갔다. 아마도 말단비대증으로 인해 시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성경의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날아오는 돌을 피하지 못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다윗과 골리앗>에서 보병인 골리앗은 백병전으로 결투를 치를 계산을 하고 나왔지만 다윗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투석을 이용해 싸우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이겼다며, 이것은 일대일 대결의 패러다임을 깬 혁명적 전술이었다고 기술했다. 1967년 ‘6일전쟁’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한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모세 다얀도 에세이에서 ‘골리앗과 싸운 다윗은 열세가 아니라 우세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위대함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나간 것에 있지 않고 나약한 사람이 장점을 파악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무기 활용법을 잘 아는 데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허무맹랑한 대결이 아니다.

다윗은 치기 어린 혈기나 광신적인 믿음으로 골리앗을 상대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그를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다윗은 엄청난 믿음의 소유자였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가이자 전략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이스라엘을 위해 벌인 전쟁에서 연전연승한 이유가 그것을 증명한다. 다윗은 지금도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다윗시대의 이스라엘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비슷하다. 새 대통령이 뽑혔다. 부디 다윗과 같은 지혜로운 지도자가 되어 최고의 대통령으로 칭송받게 되기를 기도한다.

이종훈<성경 속 의학 이야기> 저자·안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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