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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학생이 제일 무서워”라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한 번도 “오늘 무서워”라고 생각하면서 학교에 출근한 적은 없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뉴스에서 학교폭력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친구들과 같은 중학생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폭력은 그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을 위하여 어른들이 만들어준 법률이나 조치보다는 그 예방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학교에서 생활하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학교는 과거형이 되었지만, 매일 현실로 살아가는 학교 현장에서 폭력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관심의 축이다. 단어 자체는 강렬하나 학생들에게는 나의 일만 아니면 관심이 없이 무감각한 학교폭력. 자연스럽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1인 학생의 증가는 교실 안에서의 관계 맺기와 친구 존중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실 이런 무관심의 결과물이 학교폭력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월드비전에서 주관하는 ‘교실에서 찾은 희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교실의 변화는 시작부터 나타났다. 대강당에서 1명이 강의를 하고 그것을 몇백 명이 귀로 듣기만 하는 강연은 생각만 해도 중학생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찾은 희망은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TV와 유튜브, 대중매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친구들이 흥미를 가지고 모일 수 있었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노래와 춤을 똑같이 우리 반 친구들과 하나의 동영상으로 제작한다니, 같은 관심사가 생기다 보니 모여서 대화도 하게 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듣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 친구가, 소품은 저 친구가, 편집은 다른 친구가, 안무는 또 다른 친구가….
한 명 한 명 자리를 찾아가고 보니 빈 틈 없이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급에서 선출한 회장을 중심으로 따뜻한 봄, 뜨거운 여름 우리 반의 추억 만들기 작품을 위해 다 같이 모여서 목표를 정하고, 먹고, 움직이고, 땀 흘리고, 노래를 하였다. 그때부터 이 프로젝트는 과제가 아닌 교실의 문화로 에너지를 주고, 친구를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삶의 양식을 배우게 하였다.
협동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생님, 부모님과도 소통을 해야 했다. 난관에 부딪혔다. 심각한 중2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어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대충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미션이기 때문이다. 이 일들을 각 반에서 특별한 친구들이 해내며 효능감을 높이고, 우리 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한두 명의 친구들이 학급을 위해서 자원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서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멀어지고 존중이 정답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많이 웃는 줄 몰랐어요. 뉴스에서 말하는 삭막한 교실이 아니고 우리 아이는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 교실 안을 가장 궁금해하실 부모님들이 학생들의 동영상을 보고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씀이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많이 웃어야 한다. 그래야 자라난다.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을 그리고 누구보다 그 한 명 한 명을 존중해야 함을 어른들이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세상은 삭막할지 모르지만, 교실 안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행복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행동을 시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실 안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느끼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건강한 개인주의가 아닌, 좀 부딪치고 안 맞더라도 서로가 존재하고 존중해야 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함께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은엽 동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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