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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탄생한 국민개병제가 위협받고 있다.‘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종이 국민개병제를 좀먹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합법적 병역면탈이 있다. 병역면탈의 경우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때 청와대 지하벙커 상황실에 모인 참석자 대부분이 병역면제자란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위기를 관리할 핵심 인사들이 그러하니 과연 누가 전선을 제대로 지킬 것인가.

그런데 병역면탈은 사회 전반의 병폐다. 군 면제자들은 ‘신의 자식’으로 불린다. 지금도 지도층의 병역문제는 인사청문회마다 단골 메뉴라 국민개병제는 가히 위기 수준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우리 군 내부는 어떤가. 오십보 백보다. 왜 그런가. 병사들을 ‘군복 입은 시민’으로 대하자는 인식이 낮아 그렇다. 그저 졸(卒)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존경받아야 할 병사들을 ‘파트너’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군 스스로 국민개병제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2011년 육군 훈련소에서 급성 뇌수막염으로 숨진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 씨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병사들에 대한 군내 예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료체계의 혁신도 시급하다. 군 병원의 접근성이 좋은데도 간부들은 수준높은 민간병원을 선호한다. 선택해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덕분이다. 그러니 군 의료시설의 개선과 함께 병사들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예산 타령만 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현충원 묘역 문제는 어떤가. 국립현충원은 계급별로 묘역을 구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사묘역이 낮은 곳에 자리하고, 기별 면적도 작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살펴보니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식은 없다. 그러니 동일한 묘역, 동일한 묘비 아래 이들을 공정히 잘 모셔야 한다.

국외 영주권자의 군복무 또한 공정해야 한다. 이들의 군 복무는 적극 권장하고 환영할 일이나, 대도시 부대 등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배치하는 것은 문제다. 불공정한 제도적 특혜는 최전방 근무를 자원한 영주권자들의 명예심을 훼손하고, 군의 결속력을 해친다.

군 내외 사정이 이러한데도 병역면탈 궁리나 하고 모병제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제 염치없음을 알아야 한다.

군도 밖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군 복무는 분단국 구성원의 의무이자 공정한 원칙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천일양병(千日養兵) 일일용병(一日用兵)이란 병가의 가르침을 새삼 되새길 때다. 국민개병제의 생명인 공정성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일이다.


고성윤 | 군사평론가·전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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