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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환 |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생태학

 

올해는 우리에게 ‘해양의 해’임이 분명하다. 여수에서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엑스포가 열리고 있고 그 옆 창원에서는 ‘블루이코노미’라는 주제로 동아시아해양회의가 열렸다. 요즘 들어서 부쩍 세계인 모두가 바다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바다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세계 어획량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약 1억t까지 계속 증가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그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선, 어획 기술이 모두 발달하지만 물고기를 1억t 이상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바다의 속성에 기인한다. 햇빛, 영양소, 식물·동물 플랑크톤,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전달 양이 각 단계 모두 한계 값을 가진다. 바다에 도달하는 햇빛, 영양염, 식물 플랑크톤 광합성이 모두 일정한 범위의 한계 값 내에 있는 것이다. 이들 값은 지구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값이어서 인간이 바꿀 수 없다. 인간의 자연이용은 이들 한계 값을 절대 넘을 수가 없고 그 값 내에서 미래세대와 함께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지구생태계의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환산한 생태경제학자 코스탄자는 지구생태계의 1년 서비스 생산가치를 인간 연 총생산의 약 1.8배로 보았다. 바다생태계 서비스는 지구생태계 서비스의 63%이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열대 홍수림의 약 35%가 파괴되었으며 산호초의 20%가 완전히 사라졌고 연안은 부영양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어종의 약 40%가 남획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양생물관 ㅣ 출처:경향DB

지난번 창원 동아시아해양회의를 주최한 동아시아해양환경협력기구는 1994년 지구환경기금의 재정으로 창립한 자발적 협력체이다.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14개 국가와 유엔개발프로그램, 세계자연보전연맹 아시아사무소 등 19개 협력 파트너기구가 참가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중국해, 황해에 걸친 약 700만㎦의 바다와 24만㎞의 해안선을 포함한다. 인구 19억명 거주 지역으로 해안도시, 항구, 무역항로가 발달해 있다. 세계 수산양식의 80%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고 세계 산호초의 30%, 홍수림의 30%가 여기에 서식한다. 그러나 해양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서 발해만, 마닐라만, 타이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영양화 해역들이 있다.

동아시아 해역의 해양환경 문제는 부영양화 이외에도 오염물질 관리, 서식지 보호, 수산양식 등 다양하다. 여기서 서식지 보호는 마닐라만의 홍수림 보호, 인도네시아 발리의 산호초 보호, 태국 촌부리 슬리라차만의 바다거북 보호 등의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산양식 관련 상호협력 역시 인도네시아의 발리, 바탄, 바탕가스, 카비트, 촌부리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양환경 보호 사업들은 가끔은 제각각이어서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또 시대정신도 가져야 한다. 지역을 아우르고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동아시아해양환경협력기구는 그 개념을 ‘동아시아 해역 지속가능발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해양과 육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연안통합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을 따라 분포하는 농촌과 도시, 해양의 선박 등 육상과 해양의 인간 활동을 함께 묶어서 해양환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보는 방법이다. 마닐라만, 중국의 샤먼과 발해만, 우리나라의 마산만 모두가 이런 방법으로 해양환경을 관리하는 사례지역으로 선정되어 있다.

해양환경 보전은 원래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결국 바닷속에 모두 모인다. 배로 그물을 끌어보면 비닐 조각, 플라스틱 병, 스티로폼, 찢어진 그물 등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상이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 수마이크론 크기로 바닷속에서 쪼개져서 물고기가 먹고 사람에게까지 전달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바다가 겉은 푸르지만 속까지 푸르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해양환경 문제들을 경제발전, 사회발전과 함께 해결해가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은 매우 특별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여수엑스포와 해양, 또 창원의 1000여명이 모인 해양환경회의는 매우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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