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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여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무려 1600년 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시민은 여성과 노예를 제외한 ‘18세 이상의 남자’만이었다는 점에서 제한적 민주주의였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가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만 19세 이상 모든 시민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예라는 계급은 사라졌고, 여성은 투표는 물론 대통령도 할 수 있게 됐다. 아테네에 비하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대단히 많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테네에 비해 축소된 부분도 있다. 바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연령제한이다. 선거권 연령의 경우 작년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만 18세로의 하향 조정 운동이 시작됐고,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러 정당이 이미 당론으로 채택하여 하향의 조짐이 보이긴 하나 피선거권 연령의 경우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대한민국은 만 25세 이상의 시민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2005년, 2008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25세 미만의 청년들은 피선거권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적어도 교육기본법이 정하는 정규의 학교교육으로서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하거나 대체하는 직간접적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하여야만 한다”며 기각했다.

헌법 제11조 평등권 침해라는 의견에 있어서도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이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이를 능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하므로 위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즉 피선거권 연령제한이 헌법상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이란 어떤 국민인지 묻고 싶다. 25세 이상의 국민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나이 이상의 모든 국민을 말하는 것인가.

후자라면 헌법 그대로 25세 미만의 청년들에게도 구의원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국가는 주어야 한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25세 미만의 청년의 경우에는 탈락할 기회조차 없다. 공직의 경우에도 최소한 이력서를 넣을 권리가 25세 미만의 청년들에게도 있어야 한다. 또 25세 이상으로 피선거권의 연령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16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의 정신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적어도 고대 아테네보다는 더 넓어진 민주주의 속에 살기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는 12월 청년들은 또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자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청년들도 법의 심판이 아닌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다.

<이성윤 | 우리미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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