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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연쇄적으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18일 “신생아 3명에게 사망 전 시행한 혈액배양검사를 살펴본 결과 ‘그람음성균’ 감염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와 관련된 폐렴과 요로 감염 등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다. 살모넬라·티푸스·이질균 등이 그람음성균에 속한다. 신생아들이 그람음성균에 감염되면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 4명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의 소장과 대장에서 가스팽창이 일어난 흔적을 육안 관찰로 확인했지만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직 현미경 검사 등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해야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사망한 다음날인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병원장(가운데)과 의료진이 사망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병원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17일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숨진 사고를 브리핑하기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미숙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해 80여분 사이에 잇달아 숨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병원 측과 의료진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사망 원인을 두고 병원 내 감염, 장이 썩어들어가는 괴사성 장염, 의료장비 고장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일부 유가족은 신생아들이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며 의료진 과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료기술 향상으로 미숙아 생존율이 2007년 83.2%에서 2015년 98.9%로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4명의 신생아가 연쇄적으로 사망한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된다면 병원 측의 과실이 클 수밖에 없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환자 관리가 부실한 병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4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곧바로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는 등 초기 대응이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유가족들에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언론 브리핑을 먼저 한 것도 병원 책임을 덜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대목동병원은 그동안에도 생후 5개월 된 영아에게 날벌레가 든 수액을 투여하고, 결핵에 감염된 간호사로 인해 2명의 신생아가 잠복결핵에 걸리는 등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신생아 사망 원인과 함께 병원 과실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사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시스템도 재점검해야 한다. 부실한 의료체계로 신생아들이 숨지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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